[ET칼럼]올림픽 `금메달 마케팅`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제전이 이미 시작됐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힘차게 울려 퍼진 것이다. 한국팀의 첫 경기인 올림픽 축구 예선전이 12일 새벽 벌어졌기 때문이다. 계속된 무더위로 뜨겁게 달궈진 한반도를 다소나마 식힌 소낙비 같은 경기였다.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눈과 귀는 벌써 그리스 아테네 신전으로 집중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전세계 인터넷 매체까지 연일 아테네 올림픽 기사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근대 올림픽이 처음 개최된 아테네에서 한 세기를 건너뛰어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세계인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맹국 202개국이 모두 참가해 메달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신화의 땅’ 그리스에 만들어진 ‘작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궁금한 것이다. 우리 선수단을 비롯한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줄까하는 기대감에서다.

 스포츠를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에 기여하자는 게 올림픽 정신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올림픽 정신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시드니 올림픽 때 자국 선수들에게 메달 획득 독려 차원에서 말한 “스포츠는 강한 국가, 강한 민족을 증명하는 중요한 분야”라는 지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역설적으로 올림픽에 세계 열강들이 정치적으로 매달리게 할 만큼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올림픽 스타들이 정치인이나 연예인 못지 않게 사회 전반에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냉전체제 종식과 함께 올림픽에서 정치적 색채는 상당부문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IOC는 메달을 선수 개인이나 팀에 주고 국가별 순위도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각국이 메달 집계를 통해 국가 순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메달 지상주의’는 상업주의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가 한 나라 사회발전의 성숙도를 투영하는 거울이 된 것은 오래 전이다. 당장 호구지책 마련에 급급한 나라로서는 일부 소수의 ‘호사적 취미’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선진국에서 스포츠는 생활이고 삶의 일부이다. 그래서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이고 지구촌 가족들이 모두 감격과 환희 속에 열전의 순간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올림픽 때마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내고 스폰스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올림픽의 높은 대중적 인기도는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곧 구매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며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4년간 구슬땀을 흘려온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60억 지구인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듯 ‘마케팅 금메달’을 향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경쟁 열기 역시 선수들 못지 않다. 이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대한 정성과 열정은 그룹 총수들까지 동원하는 데서도 짐작하고 남는다. 올림픽이 순수성을 잃고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나온 지도 오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가 2년 전 월드컵에서 스포츠 비즈니스가 미치는 강력한 효과를 체험했다. 때문에 지금 같은 어려운 경제난에서 우리의 브랜드가 인종과 지역을 넘어 전세계에 전파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기업 때문에 올림픽의 본질이 훼손됐느냐 여부는 관심권밖이다.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