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은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아쉬움도 많이 남는 행사였다. 온오프라인 전시 관람객 20만명을 비롯해 영화제 3만5000명, 시청앞 및 서울광장 이벤트 4만5000명 등 총 32만명의 관람객(주최 측 추산)이 다녀간 이번 행사는 누가 뭐라 해도 국내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였다.
하지만 8살이 된 SICAF는 올해도 ‘즐거운 축제’와 ‘산업 육성의 장’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홍보하면서 국내 유일의 만화애니메이션 산업마켓인 SPP(SICAF Promotion Plan)를 강조했다. 볼거리 위주의 행사라는 비난을 떨치고 ‘즐거움’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신통치 않았다. 국내외 투자자와 배급사, 관련 상품 제조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주최 측의 설명과 달리 투자설명회는 썰렁했다. 오후 한때는 5명만 덩그러니 앉아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시장 안에 마련된 B2B 부스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잘못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꼬마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초청 바이어의 명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B2C 위주의 행사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즐거운 축제’로 행사 방향을 정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미 서울시가 10년간 100억여 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니 예산 걱정없이 기획만 적절히 잘하면 관람객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체들에 ‘행사에 참가하면 사업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물론 SICAF의 역사가 아직 짧고 특히 SPP가 불과 3년 전에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격려하고 지켜 볼 시기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힘든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SICAF와 같은 대형 행사에 기대하는 바가 분명히 있음을 잘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