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을 둘러싸고 해당 사업자와 경쟁업계가 얽혀서 다소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자 선정과 공정 경쟁, 특허료 문제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또 각자의 의견에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을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해 발생할 막대한 시장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는 한 작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위성DMB사업은 한국과 일본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으로 선진 경쟁국에 비해 앞서 있는 모바일을 매체로 해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인 방송 콘텐츠를 위성으로 송신 서비스하는 신사업이다. 기술이 드라이브하는 서비스 시장에서 앞선 행보로 확실하게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양국 사업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구상이다.
우리 정부, 특히 정보통신부의 입장도 분명해 보인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한국의 경제를 주도할 사업 분야는 IT 관련 산업이고 실제로 한국 정부와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와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국가의 든든한 ‘자금줄’로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위성DMB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답이 보인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일본까지 컨센서스를 이뤄 같이 가는 상황이라면 예측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자꾸 발목이 잡힌다. 한국과 일본의 위성DMB 사업자는 태생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가 나서고 있고, 일본은 반도체를 하고 디지털 기기를 생산하는 사업자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태생적 배경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공급 측면에서 접근하는 반면, 일본은 기기와 핵심 부품 시장의 ‘싹쓸이’ 차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사업이 사업주체의 이익만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적으로 커다란 투자 유발 효과와 고용 촉진, 국민의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중국 등 거대 시장이 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속속 시장이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6대 국회 마지막에 극적으로 위성DMB사업의 법적 근거가 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결국은 차세대 경제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업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정치권의 컨센서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꾸 걸림돌이 생겨난다. 방송법 시행령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방송위와 정통부·공정위·재경부·문화부·법무부 등 전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한 마디로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이 사업과 관련한 기업들 또한 불과 얼마 전까지도 위성DMB 사업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꽤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잘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방송이라는 공익적 성격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경쟁 사업자의 시간 벌기 싸움이라면 그 또한 이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사업의 출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집안싸움을 하는 동안 옆집은 벌써 노다지 찾는다고 배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수년을 허비해 왔던 것을 기억한다. 국민의 편익이란 그럴 듯한 명분을 앞세워 디지털TV의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을 키워온 주체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산업발전의 발목을 붙잡아 국민의 편익을 침해한 결과를 초래한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위성DMB 방송에 대한 발목잡기가 있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 경쟁하면서 한편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거시적이면서도 대의적인 양보와 이해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새벽까지 깨어 있어 기도하지 못한 베드로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디지프렌즈 박병강 대표 gregoripark@digifriend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