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을 입은 환자의 피부를 잉크젯 프린터로 치료한다(?)
엉뚱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이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클렘슨 대학, 블라디미르 미로노프 의대, 포레스트 의대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진행중인 ‘피부 프린팅’ 기술은 변형시킨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화상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인간 피부조직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화상 환자들은 자기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떼어낸 피부를 이식하는 치료방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인공피부나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도 쓰이긴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잘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자기 피부를 이식하더라도 불완전한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식하기 위해 떼어낸 피부 부위에 흉터가 남는 것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의 3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표피는 손상되더라도 재생이 되지만, 진피는 재생되지 않는다. 즉, 화상치료를 위해서는 표피와 진피를 함께 떼어내기 때문에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다.
‘피부 프린팅’이 피부 이식술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흉터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피부이식술에 사용되는 것보다 한층 튼튼한 피부를 만들고, 수술 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연구진들은 피부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휴렛패커드와 캐논의 구형 프린터를 변형시켜 거즈 위에 잉크 대신 세포를 분사했다. 구형 프린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분사노즐의 구멍이 넓어 세포가 파괴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피부 프린팅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구에 참가하고 있는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안토니 아탈라는 수년 안에 피부 프린팅을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부 프린팅 기술은 피부이식술에 사용하는 세포배양 기술에서 나왔다. 환자의 건강한 세포를 거즈나 콜라겐 위에서 배양하는 방법이다. 아탈라는 “두 기술의 차이는 어떻게 세포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만드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이식술은 세포가 조직을 이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반해 프린팅 기술은 표피, 진피, 피하조직에 맞춰 3단계로 분사하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피부 프린팅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코넬대학 윌리엄 랜돌프 화상센터의 로저 유르트 소장은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세포를 빠른 속도로 증식시키는 것이 비정상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부 프린팅이 세포 배양법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