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과 무리해 보이기 까지 한 업계의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과연 어떤 비전을 그리며 시도되는 것일까.
인터넷 붐이 일던 90년 대 말, 인터넷은 ‘세상과 개인을 이어주는 가장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은 PC라는 한정된 틀에 갇혀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는 산업으로 치부돼 거품 논쟁에 휘말리며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터넷 산업은 휴대단말기와 디지털TV 등 새로운 정보기기의 보급 확산 추세에 발맞춰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가장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것이 무선인터넷이다. SK텔레콤·KT 등 통신사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인터넷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도 바로 이 무선인터넷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무선인터넷 망 개방으로 인터넷 포털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무선인터넷 사업은 인터넷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벨소리 다운로드·통화연결음·게임· 캐릭터 등 단순한 사업 모델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선인터넷의 수익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이통사의 수입은 어마어마 하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현재 무선 네이트의 한해 매출은 1조5000여 억원에 달한다"며 "향후 SK커뮤니케이션즈의 수익의 가장 큰 관건은 무선인터넷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MSN코리아 등은 무선 메신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짭짤한 수익도 동시에 올리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수익 모델은 단순히 휴대폰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인 텔레매틱스 사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정보통신부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제주도 텔레매틱스 시범도시 구축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최근까지 무선인터넷 시장이 인터넷 포털의 대안으로 부각됐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가전 업계의 홈네트워크 사업에서 드러났다.
이미 인터넷은 냉장고 등 가전 제품에 부착돼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TV에 포털이 들어가는 ‘TV 포털’시장이다. 가전업체들이 방송 시청은 물론 인터넷, t커머스 등 포털서비스 기능까지 갖춘 디지털TV를 내놓을 예정으로 있는 데다 홈네트워크 및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TV포털 사업을 벌이기 위해 제휴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TV 시대가 열리면서 현재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가전 업체들은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TV 포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각각 통신사업자들과 손잡고,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스티븐 발머 사장도 한국의 홈네트워크 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업체 한 관계자는 "외국 IT기업들은 대체로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보고 있다"며 "특히 떠오르는 새로운 시장인 홈네트워크 사업에 외국 기업들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인터넷 포털은 PC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탈피’의 과정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외국계 기업, 토종벤처 기업 할 것 없이 막대한 자금을 인터넷 산업에 쏟아 부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기업이 누가 될지 지금으로선 점치기 쉽지 않다. 다만 성공의 열쇠는 각 기업들의 예리한 시장 분석능력과 적절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미뤄 짐작해 볼 뿐이다.
조장은기자@전자신문, 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