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는 여자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 정설처럼 퍼진 속설이다. 현상은 맞다. 불황기에는 아슬아슬한 여자들의 미니스커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경제학적인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황이면 주머니가 가벼워진다. 당연히 저렴한 옷을 찾게 되고 원단이 적게 들어간 짧은 옷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원단의 소모량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심리적 요인이 우선할 것이다. 패션업계는 경제의 요인을 미리 분석해 유행을 예측한다. 올 여름 유난히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것도 패션업계가 불황을 짐작한 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스커트 길이로 경제를 파악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다. 또 원단 값을 따져 의류를 구매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형편없이 몰락한 것도 아니다. 롱스커트보다 미니스커트의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도 아니다. 요즘 패션은 디자인과 상품성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원단의 가격은 그 다음이다.
일설에는 불황기 생계에 정신이 팔린 남자들이 여자에게 눈돌릴 여유가 없어 관심을 끌려고 짧은치마를 입는다는 해석도 있다. 남녀상열지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몸부림이란 뜻이다. 선뜻 와닿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일리 있는 해석이다. 먹고 사는 데 지쳐 사랑(?)마저 잃는다면 더욱 의미없는 삶이다.
‘스커트 경제학’이 정설이냐 속설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요즘 유난히 미니스커트가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이다. 10년 만의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미니스커트 러시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심리적 불황이 불러온 결과다. 불황의 요인이 처음엔 내수부진으로 시작됐다가 이제는 수출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여름엔 스커트의 길이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올초 정부의 경제 관련 고위관계자는 “우리의 경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몇달 뒤 “경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패션업계는 두 계절 먼저 유행을 예측한다. 패션업계의 예측이 정부의 경제예측보다 정확했다. 우리정부의 경제예측이 패션업계보다 못하다면 분명 예측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