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상 문제를 둘러싼 유통업체와 신용카드사의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BC카드와 이마트의 실력 대결로 시작됐지만 이들 업체가 각 업종을 대표하는 ‘간판’이라는 면에서 사실상 두 업종의 힘겨루기나 마찬가지다. 대다수 유통업체는 협상 결과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드회사의 입장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지금의 가맹점 수수료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인점은 매출액 기준 수수료율이 1.5%로 평균 손익분기점 수수료율 4.7%보다 낮아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이전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나 카드론 이자로 손실을 보충했지만 지금은 가맹점 수수료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며 ‘인상 불가론’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유통업계는 카드사의 방만한 경영을 가맹점에 떠넘긴다는 ‘책임 전가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행하는 등 경영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를 유통업체에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끝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중재에 나서려던 금융감독원조차 “가맹점 수수료 인상 문제는 카드사와 할인점 당사자에게 맡기되 양측에서 중재 요청을 해올 경우 검토해 보겠다”며 한 발 물러나 버렸다.
이번 사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유통업계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면 소비자는 카드 결제를 못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수료가 인상된다면 유통업계는 이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다. 벌써 인상된 수수료가 제품가격에 전가돼 자칫 소비자가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래저래 한숨을 쉬는 건 소비자다. 행여나 이번 수수료 분쟁이 또 다시 소비자를 볼모로 누구에게도 득이 없는 ‘공허한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