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모바일게임 산업 정책전환 필요

2003년만 해도 모바일 콘텐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은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어느새 모바일 게임 후진국이 되어 버렸다는 느낌이다.

 2003년 6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아이파크의 도움으로 한국의 모바일콘텐츠 업체들은 유럽 수출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만난 콘텐츠 업체, 이통사 담당자들은 한국 게임의 높은 완성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픽, 속도, 장르 면에서 유럽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게임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후 지금 한국의 모바일 게임들은 세계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2004년 3월의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유럽과 미국의 모바일 게임은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오히려 한국의 개발자들이 유럽, 미국의 게임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심지어 한국으로 이러한 게임을 수입마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액션, 스포츠, 레이싱 게임들은 한국 휴대폰의 플랫폼이 너무 느려 실행조차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사이에 느낀 산업현장에서의 격세지감이다.

 그럼 한국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게임 개발을 소홀히 하였는가. 그건 아니다. 500개가 넘는 업체에서 한 달에도 100개가 넘는 새로운 시도의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온다. 오히려 그 원인은 정부의 다양한 규제정책에 있다.

 먼저 모바일게임이 발전하려면 지속적으로 더 발전된 단말기로 교체돼야 한다. 지금 휴대폰의 성능은 1996년도 PC수준이며, 발전속도는 PC의 약 4배에 달한다. 현재 출시예정인 휴대폰의 경우 펜티엄급의 처리속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선 2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휴대폰이, 보조금이 없는 한국에선 50만원 이상을 주어야 한다. 아무리 새로운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민성이 뒷받침해 준다고 해도, 우리나라 모바일 콘텐츠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네트워크 요금제에 대한 경직성도 모바일게임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한국 게임 사용자들은 세계에서 온라인 PC 게임을 가장 즐기고 있으며, 한국 게임산업의 도약은 온라인게임에서 출발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온라인 모바일게임도 한국이 세계의 종주국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 시간 플레이하는데 4000∼5000원을 지불해야만 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국은 온라인 모바일게임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한 위피(WIPI) 플랫폼도 오히려 게임 플랫폼 발전을 저해했다. 정부안대로라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WIPI라는 한 가지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해도 3개 이통사에 모두 서비스할 수 있으며, WIPI를 채택한 외국에도 별다른 컨버전 없이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WIPI가 도입된다고 해서, 기존의 플랫폼들은 전혀 진화를 하지 못했다. WIPI라는 플랫폼이 그다지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API를 지니지 못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외에는 채택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온라인 PC게임 종주국이 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의 인터넷 인프라의 보급, 한국 게이머들의 열성 및 수준,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연하며 창의적인 가격정책에 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에 있어서는 한국 게이머들의 열성과 높은 수준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2005년도에 10조원이 넘어가는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자칫 ‘무선콘텐츠 강대국’이라는 낡은 현수막만 나부끼는 모바일게임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위기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과감한 정책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권준모 엔텔리젼트 사장 jmk@entellige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