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을 옭아매고 있던 여러 규제 현안들이 정부의 요금인하 결정을 마지막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 물론 요금인하에 대해서 어느 사업자도 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잠재 위협 요인이 제거되면서 사업자들은 오히려 속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8개월간 통신시장은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번호이동성제를 둘러싸고 통신사 간 사활을 건 가입자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법을 막다 못한 정부가 급기야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또 시장지배적사업자로의 쏠림현상을 막고 통신시장 유효경쟁체제를 구축해 달라는 후발 사업자들의 끈질긴 요구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인가 조건 감시기간을 2년이나 늘렸다.
통신사 간 대표적 이권 싸움인 접속료 산정도 선발 사업자의 수익을 낮춰 후발 사업자를 보전하는 형태로 매듭을 지었고 대신 물가안정을 위한 요금인하를 끌어냈다. 휴대인터넷 사업자 허가 방침도 가닥을 잡았다.
어쨌든 정부는 굵직한 현안들을 정리한 셈이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불투명성 제거’라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부의 결정에 의해 시장이 출렁이고 주가가 급락할 만한 요인들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뭘까. 정부가 당초 밝힌 대로 시장이 요구했던 규제를 완화했으니 성장할 일만 남았다.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고 새 인프라를 구축하고 성장 동력을 만드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야 한다. 자연스럽게 투자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후방산업계가 성장의 열매를 따먹어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뭘까.
한 통신사업자는 “통신시장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들이 하나 둘 줄어들고 있다. 이미 기간투자가들은 성장이 정체된 통신시장에 매력을 잃었는데 누가 그들을 위해 보고서를 쓰겠나”라고 말했다.
유무선 결합, 통·방 융합 등 보다 큰 그림에서 통신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는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