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마이크로의 세계는 신비 그 자체였다. 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미터를 뜻한다. 마이크로는 사람의 인식과 지각능력으로는 접하기 힘들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마이크로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현미경과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 세계는 아직도 바다 속만큼이나 깊고 비밀스럽다.
비밀스럽고 경외스럽기는 우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동안 우주를 이해하는 데 절대적이었던 블랙홀 이론이 틀렸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다. 블랙홀도 이해 못 하는데 블랙홀 이론이 왜 틀렸는지 알리가 없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류가 지각 밖의 세계인 마이크로나 매크로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 것이다. 요즘은 마이크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노를 파헤치고 있지만 말이다. 나노는 10억분의 1로 마이크로보다 1000분의 1이나 작다.
하지만 마이크로 세계를 알면 알수록 매크로 세계와 통한다는 사실만큼은 어렴풋이 느껴진다. 서양과학이 동양철학의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내듯 마이크로도 매크로의 모습을 하나 둘씩 비춰준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유비쿼터스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이라고는 정의하기 힘들다. 단지 마이크로와 매크로가 통하는 환경이라는 것은 감을 잡을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기기들이 통하기 위해서는 이 모두를 관통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바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아무리 크든, 작든 모든 기기에 탑재될 수 있고 또 서로 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프트웨어 세계의 마이크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통하였느냐’는 이제 영화 속의 남녀상열지사가 아니다. 유비쿼터스를 꿈꾸는 우리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혹시나 유비쿼터스를 그리며 매크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 봐야 한다. 바람둥이가 정절의 청상을 마침내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미세하고도 미묘한 감성의 교류였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없이 유비쿼터스를 바랄 수는 없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