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디지털방송과 경쟁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확대

유료TV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감소 추세인 데 반해 위성방송 가입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매체는 자신들의 매체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요금정책 등을 전면에 내세워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케이블업체들이 주로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VoIP) 등을 무기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위성방송업체들은 케이블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채널 패키지, 디지탈 방식의 부가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 매체 간 싸움은 현재까지는 위성방송 측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디어 리서치 기관인 카간 리서치 LL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성방송 가입자는 160만명 증가한 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30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방송은 지난 1999년 의회가 지역채널 사업을 허가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 전체 유료 TV 서비스 가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위성방송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시골 지역 등 지방 신규 시장 개척 △저렴한 요금 △혁신적인 신기술 등 요인 때문이다. 케이블 서비스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케이블 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시골지역에 서비스 하기 어렵지만, 위성을 이용하면 도시와 지방 간 서비스 비용에 차이가 없다. 또한 소비자에게 민감한 부분인 요금도 케이블TV보다 월 10∼15달러 저렴하다.

 디지털화에 따른 양방향성 서비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녹화했다가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는 DVR 기능 등도 위성방송이 시청자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이유다. 최근 케이블TV에서 위성방송으로 전환한 글렌 골드만씨는 “위성방송은 한 달에 몇 달러만 더 내면 케이블에 비해 훨씬 많고 다양한 채널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TV 보유가구 중 80% 정도가 유료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간의 르네 섀닝 애널리스트는 “미국 유료TV 시장은 성숙단계이지만 포화상태는 아니다”라며 “위성방송이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케이블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가입자 이탈을 막으려는 케이블TV 업계와 더 많은 고객유치를 노리는 위성방송 업계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양 매체 간 마케팅 전쟁이 한층 불꽃을 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이 위성보다 뛰어난 부분은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케이블TV가 위성 방송과 경쟁하기 위해선 인터넷 서비스를 포함한 번들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