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이하 프심위)를 겨냥해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업체가 일제히 비난을 퍼붓고 있다. 프심위가 최근 내린 스트리밍 기술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 때문이다. 경쟁 관계 때문에 서먹하던 각 소프트웨어업체도 이례적으로 끈끈한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프심위 유권해석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정’이라든지 ‘본연의 역할을 넘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고 있다.
그 근거로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한개를 사서 100명이든 1000명이든 맘대로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대로라면 세살배이 어린아이라도 프심위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심위의 발표 자료를 보면 분명히 스트리밍 방식의 소프트웨어 사용에는 동시 사용자 제한이 뒤따라야 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100명이 쓸 수 있는 권리를 샀다면 사용하는 인원은 100명을 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엄연히 이러한 내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소프트웨어업체 대표들은 프심위의 결정이 ‘불법복제’를 방조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붕괴’시키는 결정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대표적인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인물들이 이 정도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다. 알고 있더라도 금전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모르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문제가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사용자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용의 활용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이 반가울 따름이다. 일부에서는 스트리밍 기술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태의연한 판매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시장경제 하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불법복제 수단으로 폄하하는 것은 중세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소프트웨어업체도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새로운 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편이 어울린다.
컴퓨터산업부·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