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계속되고 있는 최악의 폭염과 더불어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의 석유수급 위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급상승하면서 교역 상황도 갈수록 악화돼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03년 국내 연간 수출액의 20%에 상응되는 46조원 상당의 에너지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긴장감 속에 세계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위기의식에 대해선 정부가 에너지 절약 홍보와 전력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는 반면 정작 국민은 체감적으로 와 닿지 않는 듯 흥청망청 에너지 과소비 행태가 여전하다. 도로를 꽉 메운 자동차 행렬은 물론이거니와 불필요하게 시동을 걸어놓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또한 전력 과부하에 따른 정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변전소 건립이 필요하지만 땅값 하락 등의 이유로 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줄줄이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는 신도시에 들어갈 장기적 수요도 감안한다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 크다. 지난 1983년 이후 소비자 물가는 156%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단지 3% 상승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 도입한 원자력발전 등 풍부하고 안정된 전력생산이 적기에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과거 집집마다 불을 밝히는 전등 시대로 접어들며 전기의 고마움을 재인식했던 시절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내 집 앞에 전주가 세워지는 것조차 거부하는 등 극심한 이기주의로 물들어가고 있다. 물과 같은 존재일 수 있는 전기의 소중함과 적절한 전력 수급의 필요성을 초심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전력사업에 대한 편견과 무조건 반대가 빚어지는 갈등의 근원에 대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과 사업인지 돌이켜봐야 하겠다. 추가적인 전력시설 건설과 부지 확보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증가하는 전기 수요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원하는 만큼 공급받아야 한다는 주장만 내세운다면 현재보다도 더 높은 해외 의존도의 에너지 정책이 불가피하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전력시설 건설에 대해서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국민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친환경적으로 지역 발전에 부응해 나가려는 서로간의 점층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한찬희·서울시 강남구 논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