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KT사장이 20일로 민영기업 CEO 역할을 한지 꼭 2년이 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 KT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영화하는 데 앞장섰고 또 제대로 된 민영기업의 면모를 갖춰보자며 육순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쉬지않고 달려온 것. 소회가 남다를만 하다.
이 사장은 사실 지난 2년간 하루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 이달 초에도 명목상 휴가일정을 잡아두고 실제는 회사에 나와 업무를 한 것. 아래 임직원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란다. 대신 자신의 일은 철저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주위에서 이 사장을 ‘외유내강’으로 평가하는 한 대목이다.
이 사장의 어깨에는 두가지 책임이 주어져 있다. 하나는 대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국민 누구나 편하게 정보인프라를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또 하나는 민영기업 CEO로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거나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요금 인하를 결정하면 가장 먼저 부응해야 한다. 반면 해외 로드쇼를 다니며 외자를 유치하고 부채를 빌어오는 것도 이 사장 몫이다.
다소 상충될 수도 있는 공익성 제고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성공리에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 그의 역할이다.
지난 2년간 이 사장을 보좌해온 KT 한 임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 많았다. 정부의 규제는 규제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민영기업의 CEO로서의 목소리도 내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후발 경쟁사 보호를 위해 KT의 설비를 의무적으로 개방하거나 보편적서비스 분담금을 일시에 깎아도 별다른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었던 여러 사례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사장에게는 또다른 과제가 주어져 있다. 점차 늙어가는 통신공룡 KT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 한마디로 미래의 먹거리까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평가에 임기가 3년밖에 주어지지 않은 민영기업 CEO이지만 후대를 위한 터전도 마련해야 하는 게 이 사장의 역할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