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주몽

 13세기 유럽을 정복한 몽골군은 그 당시에 벌써 ‘철화포’라고 하는 화기(火器)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동양의 화기는 14세기 아라비아인들이 나무통 화기를 북유럽에 유출함으로써 전해졌다고 한다. 이어 유럽에서는 ‘석포(石砲)’도 출현했다. 15세기 중반이후에는 용수철과 방아쇠를 사용한 화승총이 등장해 총의 소형화가 촉진됐다.

 총 이전의 무기는 단연 활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을 통해 묘사된 활의 명수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왕의 둘째 왕자이자 그리스 왕비 헬레네를 취하여 10년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왕자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인 발목 뒤꿈치를 활로 쏘아 쓰러뜨린 내용이 나온다.

 11세기 영국에서는 사자왕 리처드가 십자군 전쟁에 나갔을 때 왕의 자리를 꿰찬 동생 존 왕의 실정에 반항했다는 셔우드 숲의 의적 로빈 후드가 지금껏 명성을 날리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양유기라고 하는 사람은 활을 잘 쏴서 왕으로부터 100대의 화살을 선사받았는데 그 백발의 화살이 모두 가운데 명중해 ‘백발백중’이란 고사를 낳았다.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건국신화에서부터 활잡이가 등장한다.

 광개토왕비, 중국의 사서 위서 고구려전, 그리고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주몽설화에서 등장한 고구려 건국시조 동명성왕이 바로 주몽이다.

 ‘고주몽은 자라나면서 활을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었다. …활의 명수를 소위 주몽(朱蒙)이라고 하는 풍속에 연유하여 그 이름을 주몽이라 불렀다….’

 19일 새벽 온 국민의 잠을 잊게 만든 그리스 올림픽 양궁에서 한국 여궁사의 개인전 우승과 준우승의 낭보는 우리나라가 활의 나라임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고 있다.

 이번 쾌거는 최근 중국정부의 소위 ‘동북공정’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우리 역사의 일부인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 즉 고주몽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더욱이 그 우승과 준우승은 굳이 따져 보자면 ‘백발백중’의 나라 중국(대만) 선수, 로빈 후드의 나라 영국 선수를 나란히 물리친 것이어서 더욱 뜻 깊다. 남자궁사들에게도 금을 기대해 본다.

 이재구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