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만의 한국문화 짝사랑

 한국 문화산업의 발전 비결을 배우려는 대만 정부의 짝사랑이 애처롭다. ‘한류의 원산지’로 잘 알려진 대만은 최근 문화콘텐츠산업을 10개 성장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면서 우리 정부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최근 5일간 일정으로 방한한 ‘대만 정부 문화산업시찰단’도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 울어야만 했다. 이 기간중 문화관광부를 방문한 시찰단은 기대와 달리 문화산업국장만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당초 문화부가 배포한 행사계획에 접견 장소가 ‘장차관실’로 돼 있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문화부 관계자는 “비수교국 관계자의 방문에는 장·차관이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시찰단을 이끌고 온 천위쇼 대만 총통부 국책고문이 전직 문화부 장관이고 경제부 차관도 대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만 입장에서는 엄청난 푸대접이 아닐 수 없다. 대화 내용도 일반적인 현황 전달에 그쳤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진흥원의 역할과 조직 등을 알아가겠다며 사전 질문지까지 전달했지만 상견례 수준의 대화만 오갔다. 서병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민간 차원에서의 협력은 적극 장려해야 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방문에서는 노하우 유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 5월 자국에서 개최한 ‘국제 디지털시티 프로젝트 포럼’에서도 우리 문화부에 주제발표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뜨거운 구애가 우리 정부로부터 번번이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초에도 대만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방한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만이 비수교국인데다 문화산업 측면에서 현재 우리가 배울 것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대만 정부와의 협력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대만 정부의 외사랑은 지속될 것 같다.

 과거 우리 정부는 너무도 친절하게 속내를 다 보여줘서 의외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대만 정부에 대한 우리 문화부의 ‘거리 두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거리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