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옥션’이란 독특한 기업공개(IPO) 방식을 채택,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구글의 IPO가 지난주 나스닥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구글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IPO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해 IPO가 다소 지연되기도 했지만 압권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공동 대표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였다.
SEC가 규정한 ‘침묵 기간’ 중에 인터뷰가 성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는 도발적인 여자 사진을 주로 싣는 플레이보이라는 매체의 성격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자 누드 사진만 나오는 줄 알았던 플레이보이에 웬 IT업계 인물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혹시 두 공동대표가 옷을 벗고 도발적인 포즈를 연출했다면 몰라도 우리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보이의 저명 인사 인터뷰는 유서가 깊다. 5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플레이보이는 지난 62년 ‘뿌리’의 저자인 알렉스 헬리를 인터뷰한 것을 시작으로 무하마드 알리, 테네시 윌리엄스, 존 웨인 등 문화계 거물들을 인터뷰해 주목을 끌었고 최근엔 다큐멘터리 영화인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를 인터뷰해 조명을 받았다.
철학자와 정치가들도 플레이보이에 자주 등장했다. 실존 철학의 거장 폴 샤르트르를 비롯해 피델 카스트로, 말콤 X 등 혁명가와 사회운동가들도 플레이보이의 지면을 장식했다. 특히 지난 76년 미 대통령 선거 기간엔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를 인터뷰해 “마음 속으로 여러 번 여자를 간음했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이끌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플레이보이의 인터뷰가 전성기였던 70년대와 같은 문화적·정치적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미 플레이보이의 발행부수는 지난 70년대 700만부에서 현재 310만부 정도로 줄었다. 게다가 FHM·맥심 등 성인잡지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결국 이번 구글 공동 대표의 플레이보이 인터뷰는 플레이보이와 구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장길수기자@전자신문, ks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