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에 위치한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 과장의 집무실은 무척 널찍하다. 업무용 책상과 회의용 테이블, 심지어 쇼파와 티테이블을 들여놓고도 많은 공간이 남는다. 대략 봐도 20평은 훨씬 넘어 보인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쓰는 광화문 청사 집무공간에 비해서도 넓어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쓰던 인수위 집무실 크기도 20평이었걸 따져보면 공무원 조직의 생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방의 모습을 가만히 살피면 속사정이 드러난다. 사무실 한쪽에는 창문 여러장이 연달아 붙어 있다. 아래 시멘트로 만든 창턱에는 난 화분이 일정한 간격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아래로는 라디에이터가 설치돼 있다. 영락없는 옛날 학교 교실의 모습.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보면 긴 복도에 한쪽 방향으로 방이 연달아 있다. 길다란 2층의 시멘트 건물로 지어진 전파연구소는 바로 지난 1962년 폐교된 체신고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 체신고는 1918년 체신이원 양성소로 발족해 62년 원효로 자리에서 폐교됐다. 이후 전파연구소 건물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 교실 하나하나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니 방이 넓을 수밖에. 시설들이 낡은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에 가려면 긴 복도를 지나 건물 밖 별채까지 나가야 한다. 겨울, 찬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한다. 체신고 기숙사로 썼다는 실험동은 분위기도 을씨년스럽다. 전파는 한정된 자원인 동시에 첨단 무선통신의 절대적인 자원이다. 전파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은 정보통신 경쟁력의 시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파연구소 연구원들은 아직도 우중충한 체신고등학교의 ‘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