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지역 대학가가 교수들의 연구비 사용 문제로 뒤숭숭하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익명의 대학원생이 e메일로 과기부에 지도교수의 연구비 사용실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조선대는 지난 4월 연구비에 대한 감사원의 대대적 조사에 따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캠퍼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감사원이 전남대 이공계 교수 6명이 연구비를 부풀려 신청하고 연구보조원 인건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대학 측에 징계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와 대학은 하나같이 “교수 개인이 연구비를 착복하거나 유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연구비 일부를 연구소 운영경비로 사용해 온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 와서 불법 운운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교수는 “연구소 운영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영수증 금액을 부풀리거나 허위작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비록 잘못됐지만 이런 일까지 파렴치범으로 모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제자들에게 연구공간을 마련해 주고 약간의 공동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이었다면 지금의 감사 잣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연구비를 둘러싼 부정사건이 너무 흔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구원에게 지급한 연구비를 다시 돌려받아 착복하고, 장비구입비를 부풀려 신청하는가 하면 유령 연구원을 만들어 인건비를 챙기는 등 수법 또한 다양해지고 매년 끊이지도 않는다. 당사자들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연구비 부정사용 사례를 ‘빙산의 일각’이라거나 ‘걸리는 사람만 억울하다’고 말하는 이까지 있을 정도다.
마침 정부는 연말까지 연구비 관리실태 점검을 통해 연구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연구비를 둘러싸고 매번 불거지는 갖가지 의혹과 억측을 불식하는 장치와 틀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차제에 안 그래도 ‘기가 죽어’ 있는 이공계 연구원들이 연구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국가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경제과학부·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