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최근 대덕연구단지만 R&D특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구테크노폴리스와 광주첨단과학단지까지도 R&D특구로 지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주 한나라당 정책위가 대덕연구단지 이외에 대구와 광주의 첨단과학단지까지 R&D단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독자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당론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한나라당은 과기부총리 격상, 과기혁신본부 설치 등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과 R&D특구법안 추진을 연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즉각 “대구·광주지역으로의 특구지정 확대는 국토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므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야 간 논쟁속에 연구현장의 과학자들까지 묘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대덕단지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특구’라는 수혜를 다른 두 도시와 나누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구와 광주의 과학자들로서는 입장이 다르다. 참여정부의 3대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지역균형발전인 만큼 제각기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준다는 데 안 받는 바보있나”라는 기대감 속의 행정은 참여정부 들어 각 지자체의 여러 정책입안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구나 R&D특구를 지원하도록 적극 추진한다는 야당의 지원사격을 마다할 지자체는 없어 보인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덕단지 측도 대구시나 광주시가 특구로 지정받는 노력을 하겠다는 데야 딱히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오는 2013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장서 이끌어가야 할 정부와 정치권, 과기계의 논쟁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냉철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대전뿐만 아니라 대구와 광주까지 특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뒤늦게 지적하고 나선 배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대로 연평균 6.4% 성장, 2012년 1만9100달러, 2013년 2만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깨워 준다.
또 의외의 소득도 있다. R&D특구 확대 논쟁은 한나라당의 느닷없는 당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그 덕에 10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국가프로젝트에 보다 정교한 계획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R&D특구확대 논쟁의 열쇠는 해당 지역의 ‘지역혁신역량’ 확보 여부다.
당초 국가균형발전위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혁신역량에 대해 기초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2004년 하반기에서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1차로, 그리고 2007년하반기에서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2차로 지역혁신역량 기초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위는 아직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준비 없이 혹은 정치권의 역학관계에 따라 추진돼 왔던 각종 특구가 이제와 도마위에 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첫걸음을 잘못 떼면 부작용만 양산된다. R&D특구는 지금부터라도 엄밀하게 따지고 치밀하게 계산하자. 그리고 결론내리자. 정당 간, 지자체 간 이해득실로 재단하기에는 너무 큰 국가 대사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