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기자의 콘텐츠 읽기](26)`문화의병`이라도 만들자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 만주벌판을 누비던 우리의 옛 조상을 자기들의 조상이라고 우기고 있다. 다민족인 중국이 고구려를 변방의 민족으로 중국에 귀속시키려는 의도다. 타이틀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다.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 변경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연구작업으로 사실은 역사왜곡이 주 임무다. 국수주의 학자들이 펼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실체이다.

좀 더 자세히 ‘동북공정’이라 함은 중국의 국경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적 사실을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즉흥적 주장이 아닌 오랜 기간 연구하고 여러겹의 논리로 무장한 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려는 것이다. 의도도 다분히 정치적이다. 미래 한국을 의식한 현대판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눈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따로 없다.

무거운 얘기같지만 ‘역사는 힘있는 자의 것’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어영부영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고구려가 중국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이러다 말겠지’가 아닌 각오하고 덤비는 꼴이 더욱 우려스럽다. 툭하면 국민감정을 복받치게 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작정하고 덤벼드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올초 정부의 ‘동북공정’ 첫 대응은 양국의 외교문제를 우려해 민간차원의 해결을 은근히 바랬다. 정예요원을 양성해 싸우자고 덤비는 적에게 훈련되지 않은 촌노를 앞세워 전쟁하는 것과 같다. 뒤늦게 대응한다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정부관리가 앞장서 회담을 요청했지만 망신만 당했다. 초기 진화에 늦어 이미 문제는 커질만큼 커졌다.

역사를 빼앗기면 가장 먼저 문화를 빼앗긴다. 고구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된다. 고구려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은 외국의 역사를 가져다 만든 게임이 된다. 모든 문화상품에 고구려는 중국 것이 된다. ‘동북공정’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이같은 피해를 입게된다. 우리의 문화중 가장 진취적이고 가슴 후련한 역사인 고구려가 하루아침에 남의 것이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문화 콘텐츠업체들의 가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의 대책이 뒤늦었다면 우리 것을 지키는 문화산업계가 나서 ‘문화의병’이라도 조직해야 할 때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