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생명의학에 몰린다

생명공학(BT)에 벤처 투자가 몰리면서 소프트웨어(SW), 인터넷, 통신 등이 주도하던 실리콘밸리의 경제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 지역의 생명공학 및 의료기기업체들은 지난 4분기 동안 17억 달러의 벤처 투자를 유치해 오랜 기간 하이테크 투자자들의 관심 1순위였던 SW업체들을 처음으로 제쳤다.

이러한 흐름은 실리콘밸리의 경제 미래를 우려하고 전문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BT 분야가 3년 전의 닷컴 거품 몰락이 남긴 공백을 다 채울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T업체들이 일자리 창출 및 투자 진작을 견인해 실리콘밸리가 하이테크 산업의 침체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리콘밸리의 BT 분야는 현재 벤처 투자 4달러 중 1달러를 끌어들이고 있다. 하이테크 투자 열풍이 불던 지난 2000년 16달러 중 고작 1달러만 BT에 투자되던 데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닷컴 등에 투자해 단기간에 수익을 챙기려는 흐름이 주류였던 90년대 말과 2000년에 소수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BT업체들에 집착한 덕분이다. 이들은 판매가 가능한 제품 생산 및 수익 챙기기가 가능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끈질기게 BT업체에 자금을 지원했다.

BT에 대한 이 같은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가 수년 전 정보기술(IT)의 사례에서 보듯이 폭발적인 붐을 향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필라델피아 소재 퀘이커 바이오벤처스의 브랜다 가빈 경영 파트너는 이에 대해 “거품이 아니고 분명한 흐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BT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2000년의 정점에는 못 미치지만 그 뒤에는 격감한 다른 하이테크 분야와 달리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돼 왔다는 사실을 꼽는다. 실제로 올 상반기 IPO를 단행한 14개사 중 절반인 7개사가 BT 및 의료장비업체였다.

일반 투자자들도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제넨텍, 포스터시티의 질리아드사이언시즈처럼 매출 증가와 수익 덕분에 급격한 성장을 보여온 업체들의 성공에 크게 고무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일부 BT업체 중역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새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회사 제품을 매입하는 안전한 방식으로 투자하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처방약을 개발하고 있는 크세노포트의 로널드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모두들 제품을 매입만 하고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혁신적인 제품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