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쐈다’
여름방학을 맞아 출사표를 던졌던 국산 애니메이션이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남긴 채 후일을 기약하고 있다. 올 해는 ‘망치’와 ‘해적 마테오’, ‘올림포스 가디언’ 등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러나 올 해도 국산은 영화관의 푸대접에 울고 관람객의 인식 부족에 두 번 울어야했다. 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히 주요 개봉관을 꿰차며 주위를 놀라게 했고 가족 중심의 관람 문화를 조성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안정적인 상영 전략 주효= 지난달 24일 개봉한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는 20여 대학 캠퍼스 공연장과 구민회관 등을 개봉관으로 잡아 성공을 거뒀다. 관람후 후 온 가족이 손을 잡고 대학 캠퍼스 주변 녹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게 적중한 것. 이달 22일 종영까지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복합상영관인 메가박스에서 1주일간 특별 상영을 하기도 했고 현재는 2차 배급 문의가 잇따라고 있다. 제작사인 동우애니메이션 측은 이번 성과에 따라 향후에도 공연장을 주 개봉관으로 삼는 전략을 지속할 예정이다.
◇아쉬운 후반전= 이달 6일 개봉한 허영만 원작의 ‘망치’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명암을 동시에 보여줬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8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은 ‘망치’는 70개 관에서 개봉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여름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되면서 상영관이 절반으로 줄고 종영을 일주일 남긴 현재는 5개 극장만이 상영중이다. 지금까지 10만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제작사인 캐릭터플랜의 김민조 과장은 “아무리 관객 동원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배급사의 파워게임에서 밀릴 경우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당과 지옥=‘그리스 로마신화-올림포스 가디언’은 개봉을 사이에 두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무려 300만 부가 팔렸던 만화 ‘그리스 로마신화’가 원작인 ‘올림포스 가디언’은 TV용으로도 시청률과 점유율 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 때문에 개봉 전만 해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예정됐던 개봉시기가 만화원작자와의 소송 때문 겨울방학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배급사도 ‘대작 영화 러시’ 등을 이유로 배급을 포기했다. 그러나 제작사인 가나미디어 측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큰 만큼 겨울방학 때까지 소송 건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용관 필요=올 여름 국산 애니메이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라나 배급사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영화관의 생리상 여전히 ‘좋은 작품’이 곧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우수한 영화들도 상영관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애니메이션이 스스로 이를 타개해나가기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전용 극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형 복합상영관들이 상영관 중 한 곳을 애니메이션이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줄 것을 업계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