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관리(SCM)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특히 정보기술(IT) 측면에서 프로세스 개선이나 표준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SCM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거나 글로벌 가시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비해 SCM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은 여러 각도에서 검토 해 볼 일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본에 대한 불충실이다. SCM의 핵심 관심 사항은 재고 자산이다. SCM이라는 것은 결국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원부자재에서부터 재공품, 상품, 반품,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재고 자산에 대한 시·공간적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요체다.
SCM은 효율적인 재고 자산 관리를 통해 수십가지의 개선 효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하나의 특정 공급 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개별 기업에 이익원을 배분하는 자유시장경제의 변형으로 비경쟁적 접근 방법인 셈이다. 이러한 점이 다른 핵심 IT 주제들인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와 구분되는 점이다.
SCM은 고도의 알고리듬을 통해 다양한 예측 방법이나 통계적 기법 등을 활용한 계량적인 솔루션 등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의 부서 간 혹은 조직 간, 기업 외부의 여러 다른 독립적인 사업 주체의 공급사슬 접점과 접점 사이에서 재고 자산 데이터를 어떻게 정확하고 용이하게 수집하고 보여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이 SCM의 기초라 할 수 있지만 우리 기업의 경우 재고 자산에 대해서는 정확성 인식에서부터 선진기업과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기업은 아직도 최고 경영자부터 말단 물류 요원까지 재고 정보는 틀리는 것이고 일정 기간에 한번씩 재고 조정을 통해 결국 실재고와 전산재고를 맞추어 나가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이 실재고 정확도의 목표를 이미 99.99%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는 것과는 판이한 점이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한 어떤 화려한 IT 솔루션으로 무장을 해도 결국 성공적인 SCM을 완수한다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판매 중심보다는 생산 중심으로 경영을 해왔으며 재고 자산을 보유하는 전문 유통 회사가 매우 늦게 발달했다. 따라서 대규모 형태의 제조업체는 거의 모두가 복잡한 유통채널을 보유했다. 또 단일 기업이 모든 유통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고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수출 중심의 제조업체들은 OEM 방식으로 시작해 판매 물량이 사전에 확정되는 전문 생산 주체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유통 재고 관리의 중요성을 최고 경영자들이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도 국내외적으로 규모가 증대되고 핵심 역량에 총력을 쏟는 글로벌 선진 기업 형태로 빠르게 변모하게 됐으며, 해외 선진 SCM 사례를 도입해 기업혁신을 꾀하고 있다.
물류 재고 자산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이미 오랫동안 해온 상태에서 그 정보를 보다 민첩하게 가공·통합해서 생산 효율과 고객 만족을 높이는 과제들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환경에서 최고 경영자는 재고 자산과 그 흐름을 현금과 같은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성을 무시한 채 그저 현재의 최신 솔루션만을 도입한다고 해서 기대되는 효과가 당장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큰 오류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최고 경영자가 재고 정확도에 대한 인식을 현금 잔액 시산표와 같은 수준으로 인식해서 ‘재고는 항상 지금 현재 맞는 것’이라고 대내외적으로 알려나가면 된다.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SCM을 추진하면 보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이다. 더는 바늘에 실을 동여매고 수 놓으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형태 한국EXE컨설팅 대표이사 ht_kim@execonsul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