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신성장 동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를 창출할 견인차를 꼽으라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밖에 더 있습니까.”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ETRI 임주환 원장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임 원장은 “우리나라가 기댈 수 있는 것은 IT분야이고 그나마 연구다운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은 ETRI”라는 말로 ETRI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참여정부가 가장 믿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부의 신성장 동력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신성장 동력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곳이 바로 ETRI다. 정통부 장관이 두 달에 한 번씩 대전까지 내려와 사업 진행 과정을 점검하는 이유도 ETRI에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ETRI가 조직 자체를 확 바꿀 요량으로 경영혁신 전담기구를 2개나 띄웠다. 팀장급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구와 연구원 저변의 목소리를 담아낼 평연구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인 셈이다.
경영혁신 전담기구는 하루 이틀 운영하다 끝낼 일회성 조직이 아니라 기관장 임기 내내 상설기구로 두고 시스템의 체계화와 투명성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여론 수렴을 위해 ETRI 내부 망에 자체 토론방도 개설했다. 이 토론방에서는 지금 불꽃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팀장이라는 시스템을 아예 없애고 과제 책임자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자’라든가 ‘그건 과제가 종료된 상황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이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뭔가 확연히 달라질 듯한 분위기임에는 틀림없다. 일단 감사원에 이은 검찰과 언론의 융단폭격 공세(?)는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TRI의 임원장이나 연구원들은 현 상황에 답답해 하고 있다. IT신성장 동력 사업 수행 등 갈 길은 참으로 먼데, R&D 이외의 일로 발목이 잡혀 에너지를 허비하는 현실을 보면 이해할 만 하다.
“새로 시작하겠다”는 임 원장의 말마따나 ETRI가 굳은 결의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