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치추적 약인가 독인가

지난 22일 오후 40대인 김모씨가 지리산 등산 도중 실종됐다. 신고를 받은 경남 진주 소속 119구조대는 수색에 나섰으나 빗속인에다 산길이 험해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김씨의 휴대폰 번호를 통해 위치 추적을 모 이동통신사에 의뢰했으나 영장 없이는 개인정보나 위치를 알려줄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법규정(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절차를 밟느라 시간을 헛되게 썼다. 김씨는 사흘 만인 24일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긴급 조난구조시 소방방제청 등에서 개인의 위치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LBS법)’이 통과됐다면 구할 수도 있던 목숨이었다.

 LBS법에 따르면 가입자가 119나 112를 통해 긴급 구난구조의 목적으로 공공구조기관이 요구할 경우 위치정보사업자가 위치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국회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LBS법은 통과 즉시 효력이 발생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오는 9월 이후엔 불행한 조난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휴대폰을 통한 위치 추적은 이처럼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최근 검찰은 직원의 휴대폰을 복제, 위치찾기에 몰래 가입한 후 위치를 추적했다는 의혹을 받은 삼성SDI를 조사중이다. 이동통신 ‘친구찾기’ 서비스를 이용한 사설 흥신소까지 나타났다. 개인 위치 정보를 악용하는 개인정보 침해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LBS법을 제정했다.

 정보통신부는 위치정보 서비스가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위치가 노출되는 상대방에게 매번 문자메시지를 보내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며 이를 LBS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즉각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체들과 솔루션업체들은 “악용할 소지만 막으면 되는데 관련 산업 성장까지 억제하면 안된다”며 LBS법이 지나치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국회 통과될 LBS법은 위치정보 이용에 따른 개인정보 오남용의 여지가 커 ‘프라이버시 영향평가’를 실시해 인권침해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와 솔루션업계의 떠오르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개인 위치정보 서비스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면 지역에 맞는 음식점, 약속장소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편리하다는 가입자도 있지만 일부는 당황한다.

 개인정보 노출과 산업 육성이라는 갈등에 대해 권영세 의원(한나라당)은 “위치정보가 통신비밀인가 개인정보인가라는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면서 “그러나 관련 산업은 육성하면서 인권침해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했으며, 무엇보다 업계와 개인이 자율적으로 오남용을 막으려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