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과 대만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켜봐야 했던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나섰다.
C넷은 NEC와 소니,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도시바를 포함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 증설과 팹 확장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투자는 제조 라인 증설과 300mm 웨이퍼 제조공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본이 90년대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C넷은 강조했다.
지난 6월, 2005년 2분기 오픈 예정인 새 팹에 41억 달러에서 4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 엘피다메모리는 올해 히로시마 팹의 생산 능력을 월간 2만2000장에서 2만8000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물론 제조라인 증설은 300mm웨이퍼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바는 올 가을 자사 최초의 300mm 팹인 큐슈 팹에서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한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와 욧카이치(Yokkaichi)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공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2005년 하반기부터 월간 1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도시바의 커뮤니케이션 부문 임원인 야스다 마고토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800억엔에서 6800억엔, 또는 35억달러에서 62억달러로 연평균 30%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기술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NEC도 최근 1년 동안 반도체 사업에 적극뛰어들고 있다.
이회사는 휴대폰용 반도체 업체인 영국 ARM과 휴대전화용 멀티코어 칩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일본 경기 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C넷은 전했다.
지난 2003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일본 경제는 6% 범위에서 성장했으며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일본의 GDP가 4.5%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있다고 C넷은 분석했다.
특히 르네사스와 엘피타의 예처럼 지속적인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시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인식도 반도체 부문 투자확대에 한 몫 하고 있다고 C넷은 덧붙였다.
이미징 툴 용 프로세서 업체인 FEI의 아난타 세수라만(Anantha Sethuraman) 부사장은 “일본은 과거 8∼9년간의 미진했던 투자를 만회하려하고 있다”면서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도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