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이 돈을 창고에 쌓아두고 신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가 극에 달하고 있으니 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가지고 있자는 발상일 것이다. 기업이 유사시 투입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외환위기 때 달러가 바닥이 나 고생하지 않았던가.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기업이 돈을 풀지 않으니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나무랄 때가 아닌 듯하다.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겠는가. 오히려 정부의 모호한 경제 정책이 문제다. 일례로 신행정수도 선정 과정에서 대통령은 “수도 이전은 건설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건설이 살아나야 경기가 본 궤도에 오른다” 등등 유독 건설 경기에 대해 강조했다.
성장동력이라고 선정한 산업들에 대한 지원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전기전자, 기계 등 전통적인 설비투자 산업에 설비투자를 유도할 만한 당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를 기업의 설비투자 기근 때문으로 몰고 가는 시각 자체가 문제다. 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한 각종 법인세, 부과세 등의 면제는 아직도 표류중이다. 정부는 표리부동하는데 애꿎은 기업들만 투자하라고 독촉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돈을 풀 기업은 없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도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주·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