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하는 이나 받는 이 모두 즐거운 일이다. 더욱이 대통령한테 칭찬을 받는다면 그 기쁨은 더 클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대통령 과학장학생과 만났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길게 보면 결국 세상은 과학문명이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황우석 교수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여러분의 선배”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진 장관은 전자공학도로서 미국의 웟슨 연구소를 거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또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로 키웠다. 참여정부 들어 정통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지금은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IT 839 전략을 수립하는 등 IT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황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생명공학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국내 최초로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 이어 한우 ‘진이’를 출산시켰다. 유전자를 바꾼 복제돼지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외국의 거액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해 화제가 됐다. 이들 외에도 과기 분야에 칭찬받을 사람이 많이 있음은 물론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선언했다. 이후 과학기술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의 과기 현실은 쾌청하지 못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각했다. ‘이러다간 과학기술분야가 위기를 맞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까지 나왔다. 급기야 정부가 이공계 살리기에 나섰다. 이공계 출신 공직자 채용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조직을 개편해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켰다.
역대 정권은 정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정부조직을 바꾸었다. 경제성장기에는 경제부총리를 두어 경제정책과 예산권까지 맡겼다. 통일을 우선할 때는 통일부총리를, 교육을 중시할 때는 교육부총리를 신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과기부총리를 신설했다.
과기부총리로 격상된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도 공학도다. 일생 한번하기도 어렵다는 장관직을 4번째 맡아 장관이 직업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그는 IT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80년대 전 전자교환기(TD)와 D램 개발을 주도했다. 누구보다 과학기술분야를 소상히 알고 있다. 그런만큼 오 장관한테 거는 과기계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과기부총리가 과기분야 예산권과 조정권을 가지면 영향력도 막강해 질 것이다. 이를 지원할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 이제 제2 과학기술입국을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과학기술분야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미래 과학기술 스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양한 인센티브제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찬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 없이는 당장 이공계 기피현상도 해소할 수 없다.
역대 올림픽 메달입상자들을 보자. 이들은 체육보상금과 본인 사망시까지 일정액의 연금을 매월 받는다. 과학기술인은 그 시대의 개척자다. 그렇다면, 올림픽 스타처럼 과기분야 스타도 집중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혁신이 국가핵심전략으로 추진될 수 있다. 유도의 이원희 선수. 탁구의 유승민 선수와 같이 국민의 환호를 받는 과기 분야 스타가 배출될 때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은 달성할 수 있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 수확의 절기가 다가오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과학기술 스타 양성은 더욱 절실하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