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쇼핑은 문화다

6, 7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냈거나 그 이후 농촌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은 한 번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시골 장터로 향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과 주점들, 심지어 야바위꾼들까지. 5일에 한 번씩 열리던 장터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즐기던 축제의 장이었다. 이러한 장터는 도시가 발달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주거지역의 복합상가와 백화점으로 그 기능을 옮겨주었다. 천막과 돗자리가 전부였던 외형이 말끔한 현대식 건물로 바뀌고 시장도 상설로 바뀌었지만 백화점과 복합상가는 기존 장터의 장점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모든 백화점이 건물 내에 문화센터와 영화관, 공원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단순한 상거래의 공간이 아닌 문화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장터의 본질을 이어받은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인터넷 산업을 배경으로 인터넷쇼핑몰이 물품 구매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구매 상품의 정보를 일일이 발품 팔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집안에서 상세히 비교 구매할 수 있고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편리함도 인터넷쇼핑몰이 빠르게 성장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물품종류와 매출 확대에만 급급했던 인터넷쇼핑몰이 놓친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옛 장터의 문화적 기능이다. 현재 인터넷쇼핑몰과 고객과의 관계는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면 매몰차게 단절돼 버리는 비즈니스 관계다. 그러나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행위는 단순히 화폐의 이동에 따른 비즈니스가 아니라 고객이 그 물품을 사용하면서 영위하는 생활의 문화다. 또 구매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막걸리에 두부 김치를 즐기게 되면 쇼핑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일부 쇼핑몰에서 도입하는 숍블로그(Shopblog)는 인터넷쇼핑을 단순한 소비에서 문화로 승격하는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 서점의 숍블로그에서는 단순한 이용자 서평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이 구매한 도서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녹아 있는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서점운영자는 이러한 감성의 교류과정에서 생성되는 살아 있는 정보들을 정형화된 상품데이터베이스에 덧입혀 보다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의 가장 큰 취약점은 구매하려는 상품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당 인터넷 쇼핑몰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같은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사용 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조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대다수 쇼핑몰이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 후기를 제대로 확보한 곳은 드물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비즈니스 관계의 문제다. 사용 후기를 올리면 일정 금액의 적립금을 부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고객정보를 비용을 주고 사는 거래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고객이 적립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인 글을 남기는 것뿐이니 이를 다시 정보로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쇼핑몰에서 꼭 필요한 사용 후기의 확보는 쇼핑의 문화적 가치를 연결해 주는 작업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은 인위적 조정을 거부하는 유기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쇼핑몰, 상품, 고객이 서로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내는 것이 인터넷쇼핑몰이 가진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어느 시장에서든 막대한 상품정보나 할인정보만 제공하는 식의 장사꾼 풍모만을 강조하는 곳은 손님이 드물게 마련이다. 현재의 인터넷쇼핑몰이 이 같은 장사꾼의 풍모 대신 다양한 문화코드를 고객에게 보여준다면 편리함의 제공과 함께 행복한 문화라는 비싼 상품을 덤으로 줄 수 있을 것이다.

◆ 정상우 YES24 대표 mayboy@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