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상의 전환
“아이들이 게임하느라 컴퓨터에 붙어 있으면 너무 속상해요.”
요즘 어느 집에서나 한번씩 들려오는 하소연. 부모들의 눈에 게임은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주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발상을 전환한다면 게임은 부모와 자녀, 또 형과 동생 사이의 가족애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될 수 있다. 같이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이 있다는 것은 좋은 친구와 동지를 만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게임대회에 도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개발사가 주관하는 대회, 정부 산하 기관이나 서울시, 수원시 등 지역에서 주최하는 게임대회 등 가족 대전 형식의 게임대회가 곳곳에 열린다.
# 전국 규모의 가족게임대회
지난 14일 대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가족 게임대회’도 그 중 하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이 건전한 게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과 공동 주관한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서울, 대구, 광주, 대전, 부산 등 5개 대도시에서 예선전을 치른 명실상부한 전국 대회로 종목별 우승상금만도 200만원이다. 개발원이 지난해부터 방학 때마다 가족게임대회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전국 규모의 게임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과 홍보부족으로 다소 일정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 지역 예선전에 참가한 가족만 160명이 넘었다.
#별별 가족 다 모였네
이번 가족 대회에서는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이 손에 손을 잡고 대회에 나가는 따뜻한 모습이 연출됐다. 젊은 부부가 참가해 부부애를 과시한 팀도 있고 쌍둥이가 출전해 남다른 기대를 모은 팀도 있었다. 특히 아빠와 함께 대회에 출전한 아들과 딸들의 얼굴에는 ‘우리 아빠 최고’라는 의미의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팡야’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카리브스’팀은 형 임치수(25)씨와 동생 임경수(23)씨로 이뤄진 팀. 형제는 평소 다양한 게임을 같이 즐기면서 쌓아온 팀워크를 최대한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임 치수 군은 “어릴 때부터 동생이랑 같이 노는 것을 좋아했고 그때마다 게임은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면서 “요즘 동생과 떨어져 지내는 데 오랜만에 형제가 힘을 모아 뭔가를 해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비엔비’ 종목은 쌍동이 형제팀 ‘싸인반지’가족이 우승을 차지했다. 스스로를 미래 프로게이머라고 이야기했던 팀인 만큼 탁월한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 좋아하는 딸 모습 보니까 더 기뻤어요
‘비엔비’ 종목에서 최연소 참가자 심예린(10)양 가족이 3위에 입상에 화제를 모았다. 예린 양과 한 팀을 이뤄 참가한 아버지 심기수(36)씨는 “집이 서울인데 결승전이 대구에서 열려 사실 참가할까 말까 고민했었지요. 딸이 워낙 졸라서 참가했는데 상패 받고 좋아하는 딸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실력을 겨뤄 본 게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같은 나이 친구들에 비해서는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많이 이해한다는 심 씨도 자녀를 위한 게임지도를 위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 부모한테 허락받은 게임 내려받기 △ 미리 정한 이용시간 및 이용금액 한도에서 게임 즐기기 △ 성적 향상에 대한 칭찬과 기념일 선물용으로 게임 아이템 구매해주기 등이 그것. 심 씨는 “결국 아이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볼 거리 많은 가족대회 만들자
몇몇 가족 게임대회에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보통 캐주얼 게임의 경우, 대전에 걸리는 시간은 3∼5분 이내. 초반 예선에 탈락하면 모처럼 가족들이 총 출동한 게임대회가 썰렁해질 수도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이거나, 지방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경우, 대회 장소까지 가는데 만도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 참가가족들의 설명이다. 게임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전환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산시키자는 것은 정부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가족게임대회를 보다 자주, 좀 더 알차게 개최한다면 오랜 바람은 멀지 않아 현실화 될 수 것이다.
★게임場이 학교?
게임장이 학교가 됐다.
건전게임문화공간 조성과 IT인프라 확산을 위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기획하고 쿠도F&S가 시행중인 복합게임문화공간 지투존(G2zone)은 최근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게임문화체험 프로그램인 ‘그린 게임스쿨’을 진행,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린 게임스쿨은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을 게임학과 교수진과 프로게이머들이 직접 나서 올바르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자세를 지도하는 내용으로 기획됐다.
지난 10일에는 원광디지털대학 장신환 교수가 게임중독 예방법 및 올바른 게임 즐기기를 주제로 ‘잼있는 게임, 맛있게 즐기기’를 강의, 학교수업과 같은 청강 열기를 뿜어냈다. 장 교수는 이 특별한 수업에서, 청소년들이 게임의 창작성과 기획의도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게임에 접근하면 인생 최대 성장시기의 훌륭한 학습교재로 활용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청소년 스스로가 게임을 실제 환경과 혼동하지 말고, 객체화해 즐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진행된 프로게이머들의 실전 강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프로게임단 소울 팀의 김은동 감독과 ‘얼짱 테란’ 서지수, 박상익, 한승엽 선수가 나서 ‘고수에게 듣는 스타크래프트 비법’ 강의를 진행한 것. 강의는 프로게이머들이 자신만의 스타크래프트 공략법과 노하우를 전격 공개하고, 즉석에서 학생들과 펼치는 ‘스타 맞짱 게임대회’까지 진행, 열광을 자아냈다.
또 지난 17일에는 지투존 부천점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듣는 그린게임교실’을 열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문화를 전파했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25개팀이 스쿨에 참가, 열띤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강의에선 청소년들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와 부모가 자녀들에게 어떻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제시됐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특별취재팀>
<팀장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