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홈네트워크 표준화

디지털로 집안의 모든 제품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언제 어디서든 집안에 있는 것처럼 집을 관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가 미래 환경을 이끌어갈 차세대 IT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오는 2007년까지 1000만 세대에 홈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고 통신·가전·건설·콘텐츠사 등 많은 관련 기업이 앞다퉈 이를 추진하고 있다. 홈 네트워크 체험관을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일반 국민도 홈 네트워크를 유비쿼터스로 가는 디지털 사회의 모습으로 인식하게 됐다.

 한국은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한 나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상용화를 실현한 나라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하고 정보가전의 메카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정보가전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리드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홈 네트워크의 표준화다.

 현재 통신·가전·건설사 등 많은 기업이 홈 네트워크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서로 다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정통부가 추진하는 홈 네트워크 구축은 KT와 SK컨소시엄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이에 따라 가전사들도 삼성과 LG, 대우의 진영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이들 가전사가 구현하는 홈 네트워크 솔루션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연구개발을 통해 서로 다른 기술방식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양대 가전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셋톱박스나 ISP 사업자 등 비가전업체들도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며, 기술에 대한 소유권이나 특허문제 때문에 또 다른 독자기술을 개발하려 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방식의 차이로 서로의 제품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고 소비자는 선택의 권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양쪽 컨소시엄의 중복가입이 허용되어 있지 않고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정보의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대립만 악화돼 서로의 발전 역시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중복투자로 인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함은 물론, 현재 많은 아파트가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계속 건설되고 있어 완공 후에도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최근 홈 네트워크 표준 초안인 IGRS 1.0을 마련했다. 이 IGRS 1.0은 홈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정보가전·통신·가전 제품 간의 상호 연결 및 애플리케이션 기능 등을 표준화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올 연말까지 중국 홈 네트워크의 표준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본은 이미 홈 네트워크 표준화를 상용화했다. 도시바, 파나소닉, 히타치, 샤프, 미쓰비시 등 일본 내 주요 가전업체들을 비롯한 111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를 적용한 제품들을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

 우리도 물론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많은 논의를 하고 단체 및 기업 단위로 홈 네트워크 표준안과 솔루션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홈 네트워크 표준 결정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협회나 정부차원에서 초안을 만들고 이를 공개해 의견수렴한 후 표준을 결정해가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호환성 있는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라이선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홈 네트워크가 가능한 제품이나 기술에 인증제를 도입하여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이나 기술은 모두 호환될 수 있도록 인증센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고급기술까지 완벽하게 구현하려고 하면 때가 늦는다. 초기단계에서부터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차후에 표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홈 네트워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홈 네트워크를 위한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개발을 후원하여 좀 더 저렴한 제품과 솔루션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영민 티컴앤디티비로 대표이사 kimgun@tcom-dtv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