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왼도 SP2.

 SP2가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과 대학들은 때아닌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SP2는 서비스팩2를 일컫는 것으로 풀네임은 ‘윈도XP 서비스팩2’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선보인 윈도 제품이다. 2001년 10월 말 출시된 현 최고 레벨 윈도(윈도XP)의 업그레이드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가정용 윈도XP 사용자를 대상으로 배포되기 시작한 SP2는 방화벽 개선과 팝업 광고 방지 기능을 갖고 있다. 또 다운로드된 파일의 출처를 알 수 있으며 스파이웨어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P2가 나오기 전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이 제품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윈도 업그레이드”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MS의 이 같은 강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과 대학들은 SP2를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달가워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두통거리로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IBM은 SP2가 등장한 직후 자사 네트워크망을 통해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긴급 전문을 보냈으며 다른 기업들도 SP2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학기를 앞두고 있는 대학가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과의 충돌은 둘째 문제다. 그렇잖아도 학사 업무로 바쁜데 행여 학생들이 SP2를 다운로드하기 위해 네트워크로 몰려들어 학내 전산망이 마비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MS가 보안 기능이 대폭 향상됐다고 그렇게 역설했건만 벌써 SP2에 보안 결함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출시 예정일을 두번이나 늦췄는데도 불구하고 이 모양이어서 앞에서 ‘기어이’라고 썼다. 윈도로 밥먹고 사는 MS가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출시 예정일에 쫓겨 그냥 내보낸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을 보강하는 소프트웨어 속성을 감안 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기업답지 않은 모습이다. SP2 ‘사건’을 보면서 독점의 폐해를 떠올린다면 너무 ‘오버’하는 건가.

  방은주 국제부 차장 @전자신문,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