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TF의 MP3폰 정책변경

 KTF가 지난주 MP3폰 정책 변경을 선언했다. ‘무료 MP3파일은 72시간만 재생한다’는 합의안을 더는 지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KTF가 제시한 기한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MP3폰 갈등을 계속 지켜본 사람이라면 KTF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KTF가 합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도출된 합의안은 LG텔레콤의 불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대부분 인정했다. MP3폰을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이동통신사들이 거부할 경우 음악권리자들이 꺼낼 만한 카드도 거의 없었다. 어찌 보면 합의가 5개월이나 유지된 것이 신기할 정도다.

 결국 KTF와 SK텔레콤이 합의안을 지켜온 것은 ‘동반자’로서 음악산업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도리’ 때문이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도리’도 ‘수익창출’이라는 기업의 기본 목표 앞에서는 끝까지 버틸 수 없었다.

 무료 파일을 무제한 재생하는 LG텔레콤의 MP3폰이 수익을 창출하면서 KTF와 SK텔레콤 콘텐츠 담당 부서의 목소리는 마케팅 부서의 불만에 눌릴 수밖에 없었다. KTF가 먼저 정책 변경을 선언했고 SK텔레콤의 이탈도 시간 문제다.

 결국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데에는 음악계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협의체 해체 후 4개월 동안 힘을 모아 발전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KTF와 SK텔레콤이 생각하는 ‘도리’에만 기댄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실제로 음악계는 KTF가 정책변경을 선언한 지금도 사태의 심각성은 공감하면서도 각 협회나 회사별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다. KTF를 설득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음악계 내부의 결속이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이통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KTF도 한 번쯤은 음악권리자들에게 숨돌릴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저작권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이상, 그동안 지켜온 ‘도리’가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30일 열릴 양자 간 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