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임진강을 황푸강처럼…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은 그 자체가 상하이의 막강한 물류 시스템이다. 황푸 강변에 줄지어 도열한 초현대식 고층 빌딩군의 스카이라인은 황색 물살을 가르며 매일 수없이 오고 가는 대형 컨테이너선들의 우렁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여명의 용트림을 시작한다.

 강이라 하기엔 한없이 넓고, 물이라 하기엔 너무도 진한 황토 빛깔의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상하이는 푸둥과 푸시로 나뉜다. 황푸강의 동쪽인 푸둥은 이른바 상하이의 신개발 지구로서, 현재 서울∼개성 정도 거리인 상하이 공항까지 10분 만에 쾌속 주파할 수 있는 시속 431km의 자기부상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초고속의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푸둥지역과 달리 푸시지역은 과거 프랑스와 영국의 교차지였던 역사의 흔적으로 화려하고 고색창연한 유럽풍 석조물의 보고다. 푸시지역이 20세기 중국의 자화상을 보존하고 있는 역사를 보듬은 지역이라면, 푸둥지역은 21세기로 환하게 열린 미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길목에서부터 이런 두 가지 모습을 갖추고 있는 국제 경제도시 상하이에 대해 많은 다국적 기업은 중국의 출입구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입을 모은다.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마냥 부러워만 해야 할 것인가. 왜냐하면 우리에게도 중국의 황푸강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또한 무엇보다 통일과 한반도의 번영을 함께 다질 수 있는 ‘한국의 황푸강’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한반도 경제와 정치의 중심지였고 해방 이후 50여년 간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DMZ), 임진강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황푸강의 푸둥, 푸시지구를 거울 삼아 임진강을 개발한다면 남북이 갖고 있는 자원을 그대로 활용해 소모적인 지역인 DMZ를 가장 생산적인 황금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임진강 일대는 ‘한국의 황푸강’ 시대를 여는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정학적 위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임진강에 황포돛배를 띄우고 국내외 활발한 거래를 통해 거대한 상권을 일구어 냈던 개성상인의 경제 지역을 21세기의 신경제특구로, 그리고 DMZ를 관광특구로 새롭게 정의하고 개발한다면, 21세기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위한 한민족 공동번영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데 손색없는 중요한 지역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푸둥지구에 해당하는 진동지구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성단지 개발과 함께 국제도시에 걸맞은 경제산업 단지로 조성할 수 있고, 진서지구 중 개성시내 등은 고려 유적과 개성 한옥촌 등 옛 문화재를 그대로 보존, 활용함으로써 DMZ과 함께 관광 산업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 유례없는 정보격차 해소 모델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기술로 브로드밴드 인프라, 각종 IT솔루션, 인터넷방, 자국어인터넷주소솔루션 등을 통해 세계 정보격차해소모델을 이미 확인하고 검증한 바 있다.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유럽 열강 사이에서 과거 자국의 평화확보를 위해 UN본부를 유치한 오스트리아의 사례와 같이, 21세기 최대의 화두인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국제기구나 센터를 DMZ에 유치하여 한반도의 통일과 안정을 꾀하고, 더 나아가 한민족이 정치,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거시적인 정책과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이 프로젝트를 온 국민이 함께 진행하기를 제안한다.

 임진강을 황푸강처럼 만들어 UN본부가 우뚝 솟아 있고 경제특구와 관광특구의 자원이 밀집한 임진강의 진동·진서지구를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통일의 염원을 담아 여의도에서 개성까지 초고속 열차를 타고 출퇴근하고 싶다.

◆ 이판정 넷피아 사장 이판정@넷피아.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