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고지 및 지불 사업(EBPP:Electronic Bill Presentment & Payment), 일명 인터넷지로는 한때 인터넷사업의 떠오르는 사업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 EBPP사업자는 문을 닫았으며 전문 EBPP사업자의 생존확률은 낮아져 가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기의 사업자들이 지향했던 통합결제 모델은 다수의 청구기관과 다수의 사용자를 전제로 시작했으나 어느 한쪽의 고객도 쉽게 확보할 수 없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다.
또 고지 및 결제 건수에 비례해 일정한 소액을 얻는 수익구조는 시스템 투자와 청구기관별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자고지시장의 역사보다 10여년 앞서 있고 10배 이상의 고지 건수를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아직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터넷상의 결제는 금융기관의 협조와 제휴가 필수불가결하나 금융결제의 안전성과 신뢰성이라는 측면 때문에 EBPP사업자에 대한 결제기능 제공이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돼 사업발전의 기회를 잃어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고객의 신뢰를 쌓아온 강력한 지로납부방식으로 고객의 EBPP사용과 발전이 저해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제는 대부분의 국세, 지방세, 공과금에 대한 지로시스템을 전자고지 및 결제화함에 따라 EBPP사업자의 입지와 시장영역은 더욱 좁아졌다.
그렇다고 모든 EBPP사업이 경제적 가치가 없다거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청구인 직접모델(Biller Direct Model)과 같이 청구기관이 직접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모델과 은행이나 대형포털에서 제공하는 CSP(Consumer Service Provider)모델을 지향할 수 있는 사업자의 경우 나름대로의 가치와 성장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청구기관도 아니고 대단위의 회원과 고객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통합EBPP서비스를 지향하는 사업자가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형 청구기관 영입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 대기업이 시스템 관련 회사를 보유하고 타 회사에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속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소 규모 청구기관으로부터 전자납부방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외부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 청구기관을 모아 CSP에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시장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 할 것이다.
둘째, 청구서에 대한 납부방법도 인터넷만을 고집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미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청구서 결제도 CD/ATM과 같은 자동화기기와 연계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뱅킹과 TV뱅킹 등의 다양한 채널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입장에서 최대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미 본 사업만으로는 이윤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으나, 이를 바탕으로 하는 신규수익모델 개발의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 결제 관련 사업의 ASP화, 해외사례에서 얻을 수 있듯이 B2B시장에서 EDI/VAN사업화 등 다양한 신규사업 모델을 개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BPP사업을 전자금융의 한 범위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단위 금액의 결제를 중계하고 때로는 지급결제 대행까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입법화되는 ‘전자금융거래법’의 테두리 안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제도권의 법적 규제 속에서 전자금융거래라는 측면에서의 활성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역동성과 변화의 바람은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비록 전통적 의미에서의 EBPP 역할과 시장은 축소됐으나, 오히려 포괄적 의미에서 전자금융시장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되는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이다.
◆ 조형준 이지스효성 부사장 blueocean@hy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