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이다. 지난해 국정을 평가하는 교수단이 참여정부를 두고 찾은 가장 적확한 표현이 ‘우왕좌왕’이었다. 갈 길을 모르고 이리저리 헤매는 것을 두고 표현한 말이다. 출범 2년이 되어가는 즈음 ‘우왕좌왕’하던 국정이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국민의 사정을 받기위해 공적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치적이 있어야 그나마 잘못된 국정을 상쇄해 평균수확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국민의 정부는 ‘벤처살리기’로 승부를 걸었다. 정권 말기 대북송금과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로 다소 곤경에 처했지만 이 치적으로 국정평가에서 어느정도의 점수를 유지했다. 문민정부는 군부정권의 고리를 끊었다는데 의의를 뒀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향후 공적으로 불릴만한 사항은 무엇이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후 여러 산업현장을 시찰했다. 특히 문화산업과 관련돼 산하기관까지 몸소 시찰하는 열의를 보였다. 미래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로 문화산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방문에서도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으며 TV대화에서도 국민들에게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되뇌이었다. 경제난국 돌파구의 하나로서 대통령의 문화산업 육성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그런데 느닷없는 문화산업진흥기금 폐지론은 자못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설사 문화산업진흥기금의 운용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아예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극약처방을 넘어 ‘독약처방’에 가깝다. 기획예산처의 기금운용 평가결과 문화산업진흥기금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 기금이 사업기금인데 반해 문화산업기금의 성격은 융자기금이다. 투자와 달리 융자는 회수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 조건도 타 기금에 까다롭고 불리하다.
예산 운용상, 기금운용 평가결과의 순위에서 밀렸다면 문화산업진흥기금은 폐지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배곯이를 하는 문화산업계에 그나마 남아있던 곳간마저 없어진다면 앞으로 비벼야 할 언덕은 어디인지 막막할 따름이다. 특히 대통령의 강력한 치적의 하나로 부상했던 문화산업 육성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을 지 더욱 염려스럽다. ‘우왕좌왕’ 끝에 얻은 결론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