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다시 정부 독식?

 “정부가 업계에 역할을 나눠줘 산업을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부가 모든 사업을 독식하려해 사업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 전자무역 관련 정보서비스 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산업자원부 산하 KOTRA가 1일부터 기존 무역 e마켓플레이스인 ‘실크로드21’과 해외 바이어 주문 전용 포털인 ‘코보(KOBO)’를 통합, 국가 전자무역 포털사이트인 ‘바이코리아’를 운영키로 하면서 무역 e마켓플레이스 업계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이 민간기업의 업무를 지원하지는 못하고 주요 역할을 뺏어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관련 업계는 KOTRA의 기존 ‘실크로드21’이 국내 수출업체의 정보만을 단순하게 알려주는 홍보사이트로 전락하면서 애초 국내 중소기업들의 온라인 수출 창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 민간 무역 e마켓플레이스들은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자부해 왔다.

 이런 상황에 KOTRA가 새로운 전자무역 포털사이트의 개장을 준비하는 것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는 “기존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큰 차별성이 없어 민간 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어렵게 일궈놓은 ‘텃밭’을 단번에 가져가는 격이라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문제가 우려돼 정부에 수차례 계획안 변경을 건의했으나 묵살당하기 일쑤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는 4∼5년간 지켜 온 국내 온라인 무역시장이 외국 업체들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온라인 수출 정보를 독식하면서 점차 민간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또 다시 새로운 사이트가 제대로 역할을 못할 경우 강력한 기반을 갖춘 해외 무역 e마켓플레이스들의 진출을 막아낼 방어막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제 막 새 단장을 마치고 개장을 앞둔 국가 전자무역 포털사이트의 기능을 앞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가 관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온 업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