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고 베푸는 사람에겐 적이 없다. 예부터 이를 가리켜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했다. 고금의 진리로 교과서에도 숱하게 나온 말이다. 도(道)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조상들의 뜻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금과옥조처럼 지켜져 온 이말도 이젠 제 생명을 다한 것 같다.
올림픽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과 열정을 보면서 새삼 실감한다. 중국에 공산주의를 심은 마오쩌둥은 중국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로 지나친 인(仁)의 숭배를 꼽았다. 공자의 사상을 추앙해 인을 숭배하다보니 도전적이지 못하고 진취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국민을 다그쳐 도전정신을 심었다. 문화혁명도 이 같은 의식을 기저로 한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인에게 힘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보여줬다. 인구로 보아 세계 1위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동안의 경제상황이나 운동에 맞는 특별한 신체구조로 미루어 서양인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한 열세를 딛고 미국과 어깨를 견주면서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한 중국의 의지는 대단하다. 열세를 우세로 바꾸는 저력 앞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이러한 우세의 밑바탕에는 중국인의 강렬한 지지가 있다. 전 국민이 하루하루의 금메달 소식에 일희일비한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라는 것도 작용하겠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다. 지지가 너무 심해 옹졸하다 할 정도다. TV중계는 자국 선수 위주로 하는 것은 누구나 이해한다. 하지만 시상식 장면에서조차 자국이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어떤 나라가 금메달을 땄는지도 모를 정도다. 의도적으로 금메달 수상국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탁구 남자단식의 경우 우승한 한국의 국기와 선수는 불과 1초 정도 방영됐을 뿐 나머지는 자국 선수에만 카메라의 앵글이 맞춰졌다. 여타게임도 마찬가지다.
탓할 순 없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우호증진의 게임에 사생결단하고 덤벼드는 중국인이나 이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중국정부 모두 너무 무섭다. 인을 벗어나 힘을 과시하는 중국이 담 하나를 두고 우리와 인근해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인자무적이란 말을 만들고 이를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중국이 바뀌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지배한다는 ‘강자무적’으로….
베이징(중국)=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