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 사업을 준비하며 SK텔레콤은 여러 곤혹을 치렀다. ‘주파수 독점을 막기 위해 1위 이동전화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해야한다’ ‘WCDMA 서비스가 중복돼 투자를 안할테니 사업권을 주지 말아야한다’ 등 경쟁사들의 주장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80여명의 SK텔레콤 차세대무선인터넷사업추진단 임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더 단단해졌다. 경쟁이 있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돌려주려면 반드시 SK텔레콤이 진입해야한다는 논리도 내걸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지난달 허가정책 초안 발표에서 유·무선 구분 없는 3개 사업자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자 소속원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다.
사업단은 본사가 입주한 서린동 SK건물이 아닌 파이낸스 빌딩에 입주했다 신사업 전략을 짜는 부서들은 모두 이 건물에서 일종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는 것. 위성DMB 준비사업자인 티유미디어도 바로 옆 사무실에서 수년을 준비해 별도 기업을 설립해 나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서종렬 상무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산·학 공동 연구를 통해 이동전화와 휴대인터넷을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듀얼밴드 안테나 기술도 확보했고 IEEE 802.16e 표준화에 하향 링크 성능 향상과 핸드오버 관련 기술 등 10여건이 표준에 채택됐다. 기지국·중계기·기간망과 지선망 광케이블 등 다양한 인프라도 풍부한데다 준·네이트 등을 서비스하면서 600여 콘텐츠업체와도 협력관계를 갖춰 놓았다는 설명.
투자는 두말할 나위 없다. 2006년부터 6년간 약 1조원을 투입해 서울, 수도권, 광역시 중심으로 1단계 서비스를 개시한 뒤 2009년부터는 84개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속·대용량, 이동 수요가 많은 도심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외곽에서는 이동전화망과 연동한다. 그리고 공공장소나 대형빌딩 내에서는 무선랜과 연동해 끊김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성명준 사업추진팀 차장은 “무선인터넷의 속도와 요금의 한계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주문형동영상(VoD), 스트리밍, 파일교환, 네트워크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월 정액제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면서 “단말기도 이동전화 겸용, PDA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토록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조민래 단장
“사업의지요? WCDMA는 음성 위주로, 휴대인터넷은 데이터 위주의 서비스로 키울 것입니다. 투자비의 90%가 기지국인데 기존 이동전화 인프라를 활용해 중복투자를 줄이고 경비 절감도 가능합니다.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조민래 단장(50)은 SK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주파수만 확보해 놓고 WCDMA처럼 투자를 안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색했다. 만약 경쟁사들만 휴대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면 1800만 SKT 가입자들은 등을 돌릴 게 분명한데 말이 되겠냐는 것. 고객이 무서워서라도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간의 관심인 하나로텔레콤과의 협력에 대해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이 보여야 양사가 협력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아직은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단장은 “휴대인터넷 기술과 서비스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동통신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시장활성화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는 분명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