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민영화 2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전략인 ‘미래비전2010’은 우리의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2010년 글로벌10위의 IT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홈네트워크, 차세대 이동통신, 미디어사업,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 등 5대 성장동력 사업에 매년 3조원씩 2010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경제여건에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1의 기간통신사업자가 그것도 매년 조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도 크다. 특히 휴대인터넷을 포함한 차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투자확대는 연관사업 투자까지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T의 중장기 전략은 통신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성장동력으로 유비쿼터스 산업을 선정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 초기 3년 동안 신사업 투자액의 76%를 집중키로 한 것은 시장의 조기 활성화는 물론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IT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10년까지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41조8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6만70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KT가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행하기로 한 것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나름대로의 절박한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급감하는 유선전화 통화량과 포화상태에 다다른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KT의 이번 미래비전 발표는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서둘러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KT가 중점 육성에 나선 성장동력 신사업들이 모두 정부의 ‘IT839정책’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사업 시행의 핵심주체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관심을 끈다.
KT의 투자계획이 온통 핑크빛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KT는 2010년까지 인터넷 등 기존 사업에서 12조원, 5대 신성장 사업에서 5조원, 계열사 매출 10조원을 포함해 총 매출 27조원의 세계 10대 통신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야무진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KT의 야심 찬 계획이 의도한 대로 알찬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숙제들도 많다고 본다. 통신·방송 융합, 유무선 비대칭 등 KT를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 변수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10여개에 이르는 자회사·출자회사를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시너지 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강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재원이다. KT가 현재로선 매출의 15%를 설비투자에 집행하는 데 별무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투자에 부정적인 주주들을 설득하는 게 과제라고 본다. 또한 통신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수많은 돌출변수로 인해 때때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지난 95년에 내놓았던 ‘2005년 30조원 매출 달성 계획’이 단적인 예일 것이다. 계열사의 매출을 포함해 고작 17조원밖에 안 되는 초라한 올해 성적표가 이를 말해준다. 체질 개선 등 내부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KT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통신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용경 사장이 밝힌 것처럼, 통신기술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물론 연구 개발력 제고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