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브리핑에는 우리나라도 정책사례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과거에는 외국의 정책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 외국이 한국의 우수정책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자치부 ‘정보화마을 사업’과 조달청이 구축한 전자조달시스템(G2B)인 ‘나라장터’가 정책 수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실제로 나라장터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조치가 더는 필요없는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정보화마을사업도 농어촌 정보화 성공사례로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이 언급한 나라장터나 정보화마을 사업 외에도 민원·병무·세무·특허 등 행정 각 분야의 전자정부 사례 대부분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UN, OECD, APEC 등이 주최하는 국제행사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정부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전자정부 구현 국가로 만드는 데 동참한 일선 IT업체들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과거에는 사활을 걸고 뛰어들던 업체들도 최근에는 전자정부 사업을 기피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열심히 해도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자정부 사업에 투입되는 정보화 예산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언제까지 손해를 감수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얘기를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정보화 프로젝트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항변이다.
더욱이 전자정부 사업은 수요가 한정돼 해외 진출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성공 사례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수출 대박 상품으로 이어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업체로서는 답답한 부분이다.
진정한 정책 수출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자정부를 포함한 우수 정보화 사례들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돈이 되는 수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컴퓨터산업부·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