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표적 IT기업이자 최대 컴퓨터 업체인 에이서가 신임 사장에 이탈리아 출신인 지안프란코 란치(Gianfranco Lanci·사진)를 임명, IT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이서의 이번 외국인 사장 임명은 에이서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돼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2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에이서는 최고위급 경영진을 재편, 신임 사장에 현재 유럽과 미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지안프란코 란치를 내정했다. 대신 현 사장인 J.T.왕은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으로 승진하며 1976년 에이서를 창업한 스탄 신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 재편은 내년 1월1일부터 정식 시행된다.
에이서의 이번 이탈리아인 사장 임명은 이 회사가 두번째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990년대초만 해도 성공적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했던 에이서는 2000년까지 근 10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에이서는 2000년에 제조 분야를 분사해 마케팅과 유통에 전념하는 결단을 내리고 같은 해 12월 에이서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인 왕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왕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에이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지난 2001년 적자였던 핵심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으며 PC 출하량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은 46억달러로 2001년에 비해 70%나 증가했다.
왕을 사장으로 임명, 1차 성공을 거둔 에이서가 이제 유럽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둔 란치를 새 사장으로 내세워 2차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란치 신임 사장은 원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서 일했는데 에이서가 1997년 TI의 휴대형 PC 사업을 인수하면서 자동적으로 에이서 직원이 됐다. 지난 2000년에는 에이서의 유럽 부문 수장으로 승진했으며, 그의 리더십하에 에이서는 서유럽에서 델·HP·도시바 등 경쟁사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최대 노트북 업체가 됐다. 작년 에이서의 유럽 부문 매출은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에이서 전체 수익의 절반 가량 되는 것이다.
란치는 에이서가 1999년 철수했던 미국 사업도 작년부터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직 미국 판매는 상대적으로 미약하지만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에이서는 오는 2007년까지 세계 시장 매출을 현재의 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란치 신임 사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몇년전부터 2005년에 은퇴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신 회장은 “중국말을 못하는 란치를 새 사장에 임명한 것은 분명 에이서에게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면서 “내년부터 에이서는 내부 공식어로 영어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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