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DTV 긴 터널은 끝났다

“K씨는 아침에 일어나 디지털TV(DTV)를 통해 오늘의 주요기사를 확인하고, 병원 원격연결 버튼을 눌러 건강상태를 진단받는다. 능숙한 솜씨로 DTV를 이용해 홈뱅킹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예약과 정보수집을 한다. PC세대와의 정보격차를 걱정했던 것은 K씨에게 이제 과거 일이다. 퇴근 후 DTV로 드라마를 보다 주인공이 입고 나온 옷이 맘에 든다는 부인의 말에 상품정보 확인과 함께 리모컨의 t커머스 버튼을 눌러 바로 주문한다. 회사일이 바쁜 K씨는 선거 투표에까지 DTV를 이용한다”

 이 같은 K씨의 일상은 지금 생활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DTV가 모두에게 보편화될 가까운 미래에는 K씨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렇듯 DTV는 향후 우리의 생활 양상을 180도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마법의 상자’가 될 전망이다. 이런 꿈같은 이야기를 들추지 않더라도 DTV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진과 같은 생생한 화질과 현장감 있는 음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아날로그TV와는 달리 그 화면이 너무나 사실적이고 세밀하여 DTV를 보는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오디오는 또 어떠한가. 초기에 모노방식이었던 TV오디오가 스테레오로 바뀌었는데, DTV의 오디오는 CD급의 음질에 전후좌우 베이스음까지 막강한 서라운드 음향을 기본으로 하는 5.1 채널 서비스를 제공한다. DTV의 장점은 우수한 화질과 음질뿐만이 아니다. 과거에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TV가 DTV의 등장으로 ‘똑똑한 친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국에서 보내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시청하는 형태에서 이제는 다기능 리모컨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선택해 보거나, 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거나 각종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DTV의 등장은 과거 흑백TV나 컬러TV가 등장했을 당시보다 우리에게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대 사건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TV관련 기술에 있어서 후진국이었으나, DTV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DTV 신호를 전송하는 VSB라는 기술의 원천특허를 국내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디지털 영상 압축과 시스템을 위한 MPEG기술의 원천특허 소유권자에 국내 회사나 연구소가 당당히 들어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은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개발 노력, 그리고 경쟁력 있는 생산기술을 합쳐 뛰어난 DTV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가전 매장에 나가보면 DTV의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TV는 디스플레이 방식에 따라 브라운관, LCD 및 DLP 프로젝션, LCD, PDP TV등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브라운관 방식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장점이지만 대화면을 구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대화면으로 고화질을 구현해내는 LCD나 DLP프로젝션 방식, 또는 PDP 제품을 구입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DTV는 일체형과 분리형이 있는데, 분리형의 경우 별도의 셋톱박스를 추가 구입해야 제대로 HDTV를 수신해 볼 수 있다.

 지금이 DTV 구매의 적기다. 정부의 DTV보급 정책과 맞물려 HD 방송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으며, 보급형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또 우체국을 통한 IT839적금을 통해 DTV 구입자금 대출이 가능해질 계획이기 때문이다.

 DTV는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만한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DTV 내수시장은 2008년까지 연평균 34%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며 국민 경제적으로 총 22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돼 정부도 적극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90년 초부터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국내 DTV기술이 전송방식논란의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찬 전진을 하고 있는 지금, DTV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

◆전병우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디지털TV 전문위원 bjeon@iit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