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부총리에 거는 기대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다. 진심으로 환영해 마지않는다. 국가가 그만큼 과학기술에 큰 비중을 두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의 격을 높인다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에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운영·육성법 제정안까지 엊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가 과학기술 개발을 이끌어갈 정부 시스템이 이제 과기부총리 중심으로 확 바뀐 것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중심의 국정운영을 실질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과기부총리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물론 모든 부처의 연구개발(R&D) 예산의 배정과 과학기술 인력양성, 더 나아가 산업기술 정책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만큼 국가 R&D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08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건 참여정부로서는 효율적인 과학기술정책만큼 절실한 과제는 없다고 본다. 차세대 10대 성장과제나 R&D 예산배분 등을 놓고 종종 부처간 마찰을 빚어왔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과기부총리의 조정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번 정부 경제팀의 경제·과기부총리 투톱 체제 구축은 무엇보다 팀간 선의의 경쟁과 상호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할부처 내의 협력관계는 물론, 여타 부처와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과기부총리에는 경륜과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을 기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오명 과기부 장관의 경우 처음부터 부총리 승격을 염두에 뒀고 네 차례나 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륜이 풍부해 부총리 승격에 누구도 거부감이 없는 게 사실이다.

 과기부총리가 권한에 맞게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게 됐고 기획예산처가 국가R&D예산을 짤 때 이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과기부총리가 실질적인 조정 권한을 갖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과기부총리 스스로 소신을 갖고 국가적 과제인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와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초기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과학입국은 결국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얼마나 많이 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머리 좋은 젊은이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된다면 과학입국은 요원하다고 본다. 과기부총리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대학생 수가 5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그 가운데 이공계 비율이 40%를 넘는 등 과학기술인력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왜 기초기술이 부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미진한지 깊이 고민해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또 연구원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기초과학을 등한시한 채 당장 상품화가 가능한 근시안적인 프로젝트 수행에만 골몰하게 하는 출연연의 PSB도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과기부총리의 관리권으로 들어온 출연연도 이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 R&D사업에 대해 뚜렷한 미래의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R&D결과를 얻는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취약한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