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사람들이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다.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 걱정해 저축하느라’ 등 이유도 다양하다. 여러 요인이 겹쳐진 결과일 것이다.
돈을 안 쓰니 경기는 더 나빠진다. 일자리도 더 줄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더 커진다. 악순환이다.
더욱 큰 문제는 부자들마저도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써도 우리나라에선 안 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다. 우리나라 부자 가운데 넓은 잔디밭에 수영장까지 갖춘 대저택에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소비’라는 황당한 말도 있다. 능력을 넘는 소비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사치와 같은 과시성 소비라면 모를까, ‘과소비’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사치가 무조건 비난받아야 할 행위인지도 의문스럽다. 자기 돈 쓰겠다는 걸 뭐라 할 수 있을까.
사치를 비난할 게 아니라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비난해야 한다. 세금을 떼먹은 사람들을 추적하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출연하는(?) 부자들이야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못 걷는 정부 역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유리 지갑’뿐인 월급쟁이들의 생각이다.
세금만 제대로 내면 비록 사치라 해도 부자들의 소비를 권장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쓴 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 소비 자체가 죄인 시절은 이미 지났다.
정부와 여당이 프로젝션TV와 에어컨 등 24개 품목에 붙은 특별소비세를 폐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8개 품목도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세도 인하한다고 한다. 최악의 내수 부진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적절한 조치다.
유신정권이 지난 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서 생겨난 특소세가 27년 만에 종말을 앞뒀다.
소비 진작 효과를 의문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감소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지만 특소세 폐지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침체한 전자제품 시장도 활성화 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부자들의 소비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특소세 폐지를 계기로 이러한 풍토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내수가 산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