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정부에서 정부 투자기관으로, 다시 민간기업으로 넘어갔다. 정책적인 고려 사항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998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비수익 지역에 대한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를 부과했으며 발생한 손실을 보상토록 규정했다. 한마디로 산간벽지, 낙도 등 이른바 비수익 지역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대상은 유선전화(시내전화, 공중전화, 도서통신)와 긴급통신용 전화(사회질서 유지 및 인명안전을 위한 특수번호 전화, 선박 무선전화), 장애인·저소득층 등에 대한 요금 감면 전화 등이다.
이 규정에 따라 그동안 KT는 타 통신수단이 없었던 산간벽지, 원격지, 도서 등의 비수익 지역에 법개정 이전은 물론 법 개정 후에도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고, 법 개정 이후부터는 손실의 일부를 기간통신사업자들로부터 보전받아왔다. 2000년의 경우 793억원이었고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764억원과 2194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는 경쟁이 도입된 시내전화 부분에서 수익 지역에만 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쟁 사업자와 형평성이 결여돼 시장 경쟁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비수익 지역의 보편적 역무 제공 손실이 충분히 보상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상대적으로 훨씬 더 커져버린 이동통신에 의한 유선시장의 위축으로 심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유선통신사업자의 경영상태로는 향후 원활한 보편적 역무 제공이 쉽지 않다. 지난 98년 사업법 개정 당시와는 통신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산간벽지나 낙도에서도 이동통신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이동통신의 편리함으로 점점 그 사용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이 시점에서 이러한 지역의 소수 이용자가 막대한 투자 및 운용비용이 들어가는 유선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재원과 인력을 계속 투입할 필요가 있는지는 사실 재고해 볼 문제다.
예를 들어 유선전화 고객이 1∼2명뿐이고 이동통신이 가능한 서해안의 도리도, 부도, 선미도, 각이도, 대각시도 등과 남해안의 수포도, 장사도, 갈도, 납도와 같은 도서에 유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소 3000만원 이상인 SR(Subscriber Radio) 장비가 필요하다. 또 선로시설과 유지보수비용도 필요하다.
반면에 이 도서의 고객이 연평균 지불하는 요금은 20만원 이하다. 이 수익을 고려한다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국가적인 면에서도 자원낭비다. 게다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손실금을 실질적으로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분담토록 함으로써 사업자들의 수익성과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도 초래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산간벽지, 도서지역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보편적 역무 제공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
즉 음성통화에서 이미 주력 서비스가 된 이동통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사업자에는 비용부담 경감과 효율성을, 국가적으로는 자원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도서지역은 과거 항만전화서비스에서 출발한 TRS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효율적으로 보편적 역무 제공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는 산간벽지나 도서지역 이용자가 일반전화에서 이동통신으로 서비스를 전환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
◆ KT고객서비스본부장 노태석 상무 tessro@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