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인터넷 전화` 바람직한 규제

인터넷 전화(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시작돼 그동안 제한적·부분적으로 제공돼 오던 인터넷 전화서비스가 1∼2년 전부터는 음성 품질 기술 향상, 기존 전화망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각종 관련 장비의 출현, 그리고 광대역 무선 인터넷 기술의 발전 및 IP 기반 광대역 통합망 이행 추세로 정보통신 서비스의 주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인터넷 전화의 매력은 기존 전화보다 통신망 설비 이용 효율의 향상과 저렴한 이용료,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통합에 대한 융통성에 있다. 뿐만 아니라 홈 네트워크·텔레매틱스 등과의 자연스러운 연계기능, 그리고 앞으로의 무한한 기술발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이 같은 잠재력 때문에 인터넷 전화가 머지않아 회선 교환에 의한 유무선 전화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인터넷 전화 도입 초기 단계인 지금, “인터넷 전화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체제를 유도해 기술·산업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랜 시련과 노력 끝에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는 기존 전화의 사회적 순기능이 인터넷 전화에서도 유지, 발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라마다 정보통신의 발전과정과 시장 현황·인프라·기술 등 상황이 다르므로 인터넷 전화 도입시 규제 내용 역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주목 대상은 정보통신 선진국이다. 전반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이 전자 쪽의 경향이라면, 일본은 조심스럽게 후자 쪽을 수용하는 편이다. 우리는 이 두가지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균형있고 장래가 보장된 현명한 정책을 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난 5월 발표된 ‘인터넷 전화 서비스 정책방향’을 보면, 인터넷 전화에 대한 우리 정보통신부의 시각은 일본의 그것과 대체로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2002년에 관련 규제제도를 정비한 이후 인터넷 전화 시장이 크게 활성화돼 작년 말 현재 약 400만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터넷 전화 시장을 이루고 있다. 규제제도에 관한 한 확실한 선발자로서 일찍이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투자를 촉진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크게 주효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의 인터넷 전화 규제제도는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성격, 기존전화의 경쟁재 또는 대체재로서의 역할 등에 대한 고려가 많았던 나머지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즉 유무선 통합 인터넷 전화·멀티미디어 인터넷 전화·광대역통합망과 유비쿼터스센서망 환경에서의 인터넷 전화 등 새로운 돌출변수나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해 단절적인 충격없이 적시에 적절한 적응을 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시장·산업·인프라와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나라 중 하나다. 인터넷 전화 도입에 대한 대응은 어렵게 이룩한 우리의 활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으로 인터넷 전화를 수준 높게 발전시킬 새 기술이 수없이 출현할 것은 분명하다. 새 기술이 우리 손에 의해 개발되고 산업화되고, 서비스 시장에 의해 사업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 산업과 이용 대중의 지나친 혼란 및 불편을 피하는 수준의, 가급적 가벼운 규제방안이 조기에 마련되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본격적인 인터넷 전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경상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shkyong@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