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광대역통합망이나 디지털TV방송과 같은 신기술 프로젝트가 정부 주도로 추진되느냐.”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제12차 플라스틱 광케이블(POF)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 후 미국과 일본 참가자로부터 집중적으로 받은 질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모든 면에서 강해서 그렇다”고 좀 엉뚱스럽게 답변을 한 적이 있다. 특히 한국정부가 신성장 동력의 핵심과제로 광대역통합망(BcN)을 지정, 2007년까지 1000만 가구에 제공할 것이라는 부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이후에 다시 BcN을 개발해 한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짐작하는 듯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너무 일찍부터 ‘초고속’이라는 화려한 명칭을 붙여준 것 같다. 이보다 전송속도가 몇 백배 빠른 BcN이 이제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BcN은 통신과 방송을 한가닥의 광케이블에 통합해 고속·고품질로 안방까지 전달하겠다는 것이 기본구상이며 이것을 차세대 네트워크로 계속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BcN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짚어보고 가야 할 세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FTTH망의 전면적인 확장이다. 현재 가입자망을 보면 통신과 방송이 각각 전용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성능면에서나 시설비면에서나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서비스를 하나의 전송매체에 통합,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큰 용량의 브로드밴드 특성을 갖는 FTTH망으로 확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KT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가입자 액세스망의 광케이블화를 서둘러야 한다.
둘째는 BcN에 방송을 수용하는 문제다. FTTH망을 기반으로 통신과 방송을 융합하는 기술에는 광전송로의 구성모형과 광다중화 기술면에서 AON과 PON 방식이 있다. FTTH PON 방식에 의하여 통신과 지상파TV, 위성TV, CATV 등의 방송을 통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통신과 방송에 관한 규제기구가 각각 다르고 사업영역 구분이 엄격하여 FTTH망의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통신사업자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이 방식으로는 통신과 방송의 통합지점이 통신사업자의 전화국사이거나, 케이블TV·SO 사업자의 건물이 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통합에 어려움이 따른다.
FTTH AON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통신사업자나 케이블TV사업자의 건물이 아닌 유저영역인 아파트단지 내의 구내통신실에서 통합할 수 있어 보다 용이하다. 이제는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적극적인 협력정신이 요구된다.
셋째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목표로 구축되는 BcN이 어느 정도의 전송속도와 대역폭을 갖도록 할 것인가의 기준을 다시 한번 따져보아야 한다. 가정당 전송속도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가정당 32Mbps, 91Mbps, 100Mbps, 가장 크게는 10Gbps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가정당 전송속도 기준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BcN의 범위와 기술방식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이냐 단독주택이냐에 따라 FTTH을 구축할 때 적용기술이 다르고 네트워크 구성모형도 다르다.
공동주택의 홈네트워크는 건물간선계와 수평계 배선으로 이루어지는 건물내부망과 홈내부망으로 구성되고,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세대별인입망과 홈내부망으로 이루어진다. 홈네트워크의 범위를 이같이 정했을 때 구간마다 유통되는 전송량이 크게 다르다. 뿐만 아니라 홈네트워크를 AON방식으로 구성하느냐, PON시스템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방송채널의 선택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요대역폭은 큰 차이가 발생한다.
앞으로 어느 한가지 기술방식이 아닌 복수의 홈네트워크 솔루션으로 구축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건물내부망에서는 150Mbps수준으로 가능하기도 하고 1.3Gbps정도의 광대역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홈내부망에서는 20Mbps면 충분하지만 앞으로 멀티미디어기기 사용에 대비해 홈랜방식으로 구축한다면 800Mbps이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정욱 한국POF통신포럼 회장 leewook@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