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술독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사회적으로 힘을 얻어 가고 있는 추세다.
MS는 현재 전세계 PC 운용체계(OS)의 94%를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버 분야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제 PDA 및 휴대폰의 OS로까지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서버는 MS가 아닌 공개 소프트웨어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고, 작년에 한·중·일 3국이 공개 소프트웨어를 육성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 범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각국의 이런 노력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위한 원천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OS는 API를 통해서 응용 소프트웨어를 관리하고 사용자 명령을 하드웨어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특성이나 기술적 문제 분석을 통해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OS를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MS의 기술독점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MS는 절대 독점력을 가진 OS와 응용소프트웨어를 패키징함으로써 그 독점력을 타 소프트웨어에까지 전이시키는 불공정 행위를 지속해왔다. 브라우저나 윈도미디어 플레이어, 메신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메신저는 브라우저나 미디어플레이어와 달리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욱 크다. 전문가들은 메신저에서 미니홈피와 블로그 같은 커뮤니티나 지식검색 서비스가 구현되고 실시간 경매 및 인터넷 전화사업 등이 이뤄질 경우 단순한 웹기반 서비스만으로는 메신저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신저가 향후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업자가 메신저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한 MS의 시장장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약 1700만명이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 가량이 MS메신저의 고객이다. 이것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라면 응당 찬사와 격려, 그리고 벤치마킹이 따를 법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독점적 지위를 가진 윈도의 패키징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불공정 경쟁행위에 편승해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MS는 작년 10월, 이전까지 허용해 왔던 다른 메신저와 자사 메신저의 연동을 갑작스럽게 금지해 진입장벽을 더욱 높인 바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MS를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모습은 인터넷 사업자 입장에서 반갑고도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만으로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목마름을 해결할 수가 없다.
MS가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보다 많은 관심이 모이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공정한 게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에서조차 MS의 독점력 남용에 대한 각종 사법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국내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당사자인 기업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상대가 엄청난 권력과 막강한 자금을 보유한 MS인 만큼 정부와 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보다 절실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소신있는 결정, 윈도XP SP2의 불공정성 및 독점기업 횡포에 대한 업계 공동대응 등에 힘을 실어주고 싶고, MSN 메신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nateplus@nate.com>